풍선 한 봉지를 줍다!!
말하자면 말이지요.
늦으막히 이웃에 사는 친구와 소주 한 잔을 했더랬습니다.
며칠 째 겪고 있는 무의욕, 심드렁 증에 걸려 만사 중요한 것은 하나도 없는 듯 하고 미친년 널 뛰듯 의욕이 과부화 됐다가 납작해 졌다가...
그렇게 친구 바래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스물 여덟 개나 들어 있는 풍선 봉지를 발밑에서 발견해 냈습니다.
어릴 때 운동회나 소풍 때 아니고는 사 본 적 없는 풍선이었습니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주황 분홍... 모다 여섯 가지 색깔이었습니다.
나는 집에 돌아와 테이블 앞에 앉아 얼굴 벌개지며 그 풍선을 불었더랬습니다.
희망처럼 풍선들이 부풀어 올랐고 불기 전의 크기가 손가락 두 마디의 크기였던 터라 다 불어도 서양배만한 크기였습니다.
그것들을 색깔별로 불어서 책상 위에 놓으며 그동글동글 풍만한 모습에 그만 잠깐 행복해졌습니다.
언제 내가 풍선을 불어보았는가......
그 동글동글하고 말캉말캉한 풍선들을 보며 괜히 흐뭇합니다.
찌리찌리...
방금 헤어진 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나... 오다가 풍선 한봉지를 주웠다. 그걸 불고 있어"
"니 삶도 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겨"
"그럴까?"
"그러엄"
"그랬으면 좋겠는 걸. ...... 고마워"
나는 그 파랑색과 빨강색과 노랑색과 분홍색과 주황색의 불어진 풍선들을 바라봅니다. 그것들은 동글동글 책상위에 가만히 놓여 있습니다.
불과 몇 백원이면 살 수 있고, 때로는 그것을 희망처럼 부풀게 할 수 있는데 한 번도 해 본적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나는 들어가 티비를 켰습니다.
CSI 마이애미 편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방관이고 영웅이 되고 싶었던 인물이 주인공인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범인에게 비장하지만 뻔한 멘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 오늘 하루도 흘러갔습니다.
나머지 풍선은 내일 불어야겠습니다.
저렇게 팽팽하게 불어진 풍선들도 스을슬 누구도 모르게 공기가 빠져나갈 터이고 우리네 일상도그렇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스을슬 지나가겠지요.
그리하여 남아있는 것은 쭈글쭈글한 풍선처럼 쭈글쭈글해진 나머지 삶이겠지요.
점점 세상에 대해 무덤덤해져서 큰일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그야말로 '글'을 쓸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할 수 있는 것' 하고 '하는 것' 하고는 다르기는 하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그만 잠깐동안 으쌰으쌰 기운이 났더랬습니다.
행복하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