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나는 정말 돈이 좋다! 본론. 1: 난 돈이 우습다

오애도 2001. 6. 5. 00:26
대학 다닐때 나는 아르바이트로 학비도 벌고, 방세도 벌고, 교통비도 벌고, 친구들과 만나서 먹는 술값도 벌었습니다. 아르바이트라는게 그렇다시피 뭐 넉넉할리는 전혀 없었고 간신히 생활을 해 나갈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학교를 좀 늦게 들어간 편이라, 동기들과 나이차가 꽤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술값이건 밥값이건 내가 내는 쪽이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남 퍼주는 걸-?- 기쁨으로 여기는 터라,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오늘 나 샐러리데이야-샐러리맨 도 아닌 주제에-, 어쩌구 그러면서 월급날이면 우루루 순대국 집으로 몰려가, 포천 막걸리를 부어라 마셔라 했습니다. 나는 집안 내력상 술을 별로-거의- 못먹는 터에 김치전만 먹고 나서 술값을 냈습니다.
월급을 받고, 그걸로 한달 생활을 해야하는 사람들은 잘 알 것입니다. 요즈음이야 신용카드가 춤을 추는 시대인 만큼, 대체로 한달 정도를 앞당겨 쓰는 탓에 그 절박함이 퇴색하긴 했지만, 월급날 며칠 앞두고 오는 궁핍 말입니다.
내얘기를 하자면, 월급날 하루나 이틀전엔 주머니에 돈이란 돈은 다 떨어져, 간신히 주머니엔 월급타면 미리 끊어놓은 지하철 패스 한장과, 버스비만 달랑 남아 있습니다. 그럴땐 길거리에서 파는 이백원하는-당시는 이백원이었음-새우깡이 얼마나 먹고 싶은지 모릅니다. 그래서 결심합니다. 내일 월급타면 제일 먼저 새우깡부터 사 먹어야지...
그러나 월급타면 그걸 사먹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뒷간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고, 주머니에 이만원 있으면 새우깡은 더이상 나를 꼬시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새우깡따위 안 먹어도 배가 부르기 때문이지요.
바로 그것입니다. 주머니에 바로 그 웬수 같은 돈이 있으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돈을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그러나 드럽게도-?- 돈이란 놈은 내가 저를 그렇게 좋아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에겐 아는 척도 안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복수 혈전을 벌인다는 것이 바로 돈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아니지요. 사실 오래전부터 나는 돈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고, 그때문에 돈이란 놈도 날 우습게 여기는지 모릅니다.
뭐 그런다구 내가 걔한테 질질 맬것 같습니까?
돈이란 써야 제 구실을 하는 것이라고 믿는 나한테는 모셔두고, 행복해 하는 일 따위는 없습니다-그래서 부자가 못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