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성탄 보내십셔~~
어릴 적 다니던 시골 교회는 한 달전 쯤부터 슬슬 아이들이 늘기 시작해서 성탄절 전야에는 그야말로 교회당이 꽈악 찼습니다.
보통 때는 나를 포함해 네 명쯤-그 중에 셋은 목사님과 친척이자 내 친구들인 세 자매-을 앉혀 놓고 머리카락 허연 노 목사님은 설교를 하셨었지요.
그러다가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면 어디서 솟아나듯 불쑥불쑥 아이들이 늘어 전야에는 성극이나 무용이나 뭐 이런 걸 할 정도로 교회당이 꽉 차는 것입니다.
별로 노래솜씨도 없고 콧물 줄줄 흘리는 맹한 외모 탓이었는지-??- 어쩌자구 출석율 90퍼센트 이상인 나는 무대에 올라갈 일이 없었습니다. 흑흑.
뭐 그래도 즐거운 나날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낡은 양말을 소품으로 들고와 '내양말 예쁘지?- 하면서 연습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 캐다가 오너먼트라고는 색종이로 접은 별이라든가 고리라든가 솜 따위가 전부인 트리장식을 하는 것도 신났구요. 편을 갈라서 네 머리털 뽑겠다 뽑아라 하는 노래가 있었는데 그걸 목이 터져라 부르던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왁자한 전야를 보내고 나면 정작 성탄절은 고즈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일단은 성탄 예배가 끝나 주는 과자 따위를 받아야 하니까 그때까지는 아이들이 바글바글합니다.
그렇게 예배가 끝나고 과자며 초콜릿-지금 생각해 보면 내 생애 처음 먹어본 쵸콜릿을 교회에서 받은 게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그것이 초콜릿인지도 몰랐는데 뭔가 시커먼 것 안에 아삭아삭한 소가 들어가 있었는데 환장하게 맛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 것이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분명 우리나라 것은 아니었다- 따위를 받아가면 그걸로 끝인 것입니다.
오후가 지나면서 교회당 입구에 서 있는 소나무 트리가 빛이 바래 보인다는 신기한 경험을 그 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역시나 네 명에서 조금은 넘지만 한 세 주 쯤 지나면 다시 넷 뿐인 우리들만의 예배가 되 버리고 맙니다.
지금도 성탄절 하면 그 선명한 기억들이 제일 먼저 고개를 듭니다.
차가운 마룻바닥으로 된 예배당, 소나무 트리, 불투명 유리에 끼었던 성에, 뜻도 모르고 목이 터져라 불렀던 캐럴들, 늦은 밤 교회 갔다가 올 때 걷던 산 밑의 무서운 길-집으로 가는 코스엔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좀 돌아서 산 밑의길을 가는 거였고 하나는 남의 집 마당으로 가로질러 가는 골목길... 남의 집 마당으로 가는 길에는 화장실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가 무서웠고 산길은 낮이면 우리가 방공호라고 들어가 놀던 굴이 무서웠다. 하여 늘 고민했었다. 화장실을 무서워 할 것인가 굴을 무서워 할 것이가..-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쵸콜릿 맛...
내일은 친구들과 오랜만에 성탄예배를 보러 갈 생각입니다.
인간이 교만해서 신앙은 없지만 그래도 성탄절이니 말입니다.
나란 인간이 교만하긴 해도 편견은 없는지라 친구나 아는 이가 교횔 가자면 따라가서 열심히 설교 듣고 절에 가자면 또 따라가서 법회도 듣고 그럽니다. 아직 이슬람교회 이런 건 못 가봤지만 말입니다. ^^;;
종교나 신앙이란 건 사실 아닌 척 하지만 현세기복적인 성격이 강한 법.
어려울 땐 의지하고 좋을 땐 감사하며 살자가 내 신조입니다. ^^. 어떤 종교든 상관없지 않을까요? 어쨋거나 잘 못하고 살라고 가르치지는 않을테니 말입니다.
하여 즐거운 성탄절 보내십셔.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한 연말 되시구요.
행복하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