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04. 3. 3. 13:56

별 희한한 도둑도 다 있다.

지난 연말 울엄니가 보내주신 검은깨랑 검은콩으로 만든 미숫가루도 없어졌다.

혹 내가 잘못 두고 못 찾는가 했는데 아무리 뒤져도 없다.

그거 도둑 들어온 베란다에다 놨었는데... 도둑도 머리카락이 모자랐는가....

 

설마... 하지만 정말이다.

매니큐어-그것도 하나 따로 떨어진 샘플까지 집어갔다-, 향수, 입던 옷, 게다가 쓰던 지갑... 머 이런거 집어간 거 보면 정말 웃기는 도둑이다. 작은 방에 신경 안쓰고 놓아둔 현찰 수십만원-??-은 놓아두고 갔다.

참 별일이다.

 

다음날 경찰이 왔었다.

요샌 112 누르면 바로 주소-몇호까지- 전화번호, 이름까지 뜬단다. 그러니 재까닥 신고하란다.

좋은 세상이랄지...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진 것들이 속속 드러나는데 웃기기까지 하다.

 

이번주부터 내리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한다.

오후 출근인데 정해진 시간이라는 건 단위 시간의 속도가 훨씬 빠른 것 같다.

그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제법 부지런하게 산다.

열심히 책도 읽고, 청소도 하고, 놀기도 하고...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한문쓰기를 시작했다.-읽는 데는 별 무리 없는데 쓰자면 좀 버벅인다. 그래서...^^;;-

돼지털카메라 사서 여기저기 사람 사진 찍어보는 것도 무지 재밌다.

 나는 사람이 좋다. ^^. 그거 들이대면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뭉클거리며 솟는다.  저사람은 어찌하여 이 세상에 나왔고 하필 나와 만나서 피사체가 되어 있는가 하는 근원적인 존재에 대한 거창한 물음도 일어난다.  그렇게 사각의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관계되어 있고, '나'가 없다면 역시 존재하지 않을 게 아닌가...

그게 '나'라서 기쁘다.

 

심한 목감기땜시로 죽을 지경인지라 아직 운동은 시작 안 했다.

 

자... 사는게 다시 스을슬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웃기는 얘기지만 가르치는데 신명이 나서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요 며칠...

덕분에 목이 맛이 갔다. ㅋㅋ

 

은행엘 가야겠다. 시크릿카드를 죄다 훔쳐가는 바람에 피시뱅킹이며 이런 게 죄 불통이다.

때때로 굉장한 기계문명의 편리함은 역시나 굉장한-??-불편함을 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