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살아내는 날들...

오애도 2004. 2. 28. 00:24

지난 일요일 이래로 아니 토요일 이래로 아니 그 전부터 바빴었는가 모릅니다.

 

지난 화요일은 울아부지 두번째 기일이었습니다.

역시 떠난 사람은 말이 없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시끄럽게 살아간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화요일은 마침 출근하는 날인지라 학원 마치고 시골집엘 갔었지요.

그날 아침 출근길에 넘어져 무릎 부상중입니다.

 어찌하여 이렇게 자주 쓸데없이 챙피하고 민망하게 꽈당 하고 넘어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야말로 꽈당하고 넘어졌는데 잠깐 정신이 머엉 했습니다. 지난 번 차한테 받혀서 꽈당 하고 넘어질 때처럼요...

넘어졌을 때는 잘 몰랐는데 한 이틀 지나고 나니 전혀 안 아프던 부위가 슬슬 아파와서 걱정입니다.

무릎이 가장 심하게 다쳐서 말없는 울아부지한테 절하는 데 고생 좀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돌아가시던 해 백일 되서 제사 올릴 때도 다리 다쳐 절할 때 무지 고생했었습니다. -울아부지, 혹여 딸래미 무거운 몸 이끌고 절하지 말라는 뜻인가 하는 실없는 생각!!-

 

어젯밤에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입은 가죽코트, 한 번 밖에 안 입은 토끼털 내피의 반 코트, 그동안 이러저러하게 모아놓은 향수들, 팔 때는 값 별로 안 나갈 18K 14k 악세사리, 내가 좋아하는 진주 목걸이-비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다ㅠㅠ-졸업반지를 포함한 반지 세 개, 귀금속 아닌 브랜드표 아끼는 목걸이 두 개, 한 번도 들지 않았던 오렌지 색 핸드백,  시계 두 개, 고급반 코스로 만든 퀼트 가방, 그리고 신용카드를 비롯한 카드 한줌-레스토랑 할인카드나 은행 현금카드등-

도둑맞은 물건입니다.

큰방뒤쪽에 베란다가 있고 그곳의 철창을 절단기로 끊고 들어왔더군요.

늦게 들어와 뒤집어 놓은 방을 보고 기함을 했습니다.

얼마나 무섭던지요...

 

결국 어젯밤은 친구네 집에 가서 잤습니다.

아침에 집에 와서 정리를 하려니 참으로 심란하더군요. 괜히 다리도 후둘거리구요.

어쩌자구 침대 밑 서랍장까지 죄다 뒤집어 놨는지...

저녁에 수업을 하는데도 영 마음이 안정 안돼 애먹었습니다.

오늘 밤을 잘 자봐야겠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수업이 있어서 친구한테 갈 수도 없구요.

 

지난 연말 이래로 뭐 이리 질척거리며 사는 듯한 느낌이 드는지...

 

그저 살아치워야 하는 날들입니다.

아니 살아내는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