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고여 있던 날.

오애도 2003. 8. 4. 05:09
7시 30분 기상.
찬밥에 물을 말아 아침을 먹고, 9시부터 수업. 진이 빠진다.
11시에 마침. 다시 어영부영.
라면 한 개 끓여먹고 가서, 다시 수업. 역시나 맥이 없다.

집에 돌아와 또 어영부영.
날씨가 가관이다.
시설 형편없는 시우나 시설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기분 나쁘게 더웠다.
종일 에어컨을 켰다가 껐다가... 지금... 이 새벽, 코맹맹이다.
나는 투덜대는 인간이 아니다.
가끔 아는 척을 지나치게 해서-??!!- 그게 투덜거림으로 비쳐질는지는 몰라도 근원적으로 나는 쿨하다.
별로 남의 탓도 안 한다. 가끔 참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도 사실은 내 운세탓을 할 망정 말이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인간에게 하듯 시비걸고, 욕하고, 짜증내며 툴툴대는 것이 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씨다.

저녁 무렵 슬슬 일어나 83-1번 버스타고 종점까지 갔다 돌아왔다.
버스 안은 괜찮은데 밖은 여전히 더웠다.

종일 집 전화도, 핸드폰도 한 번도 안 울렸다.
열 시 가까이 되어서 오래 못 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내일 점심이나 먹을까 하면서 만나자고 했다.
오후 세시 삼십분 이래로 처음 낸 목소리다.
그리고 오전 네 시가 된 지금까지도 역시 그것이 마지막 목소리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도 없고, 전화 한 통 걸거나 받을 일 없는 날엔 입이라는 건 짐승의 입과 다를 바 없다. 먹고 숨 쉬는 일 외에는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새벽 세시, 토요일 밤에 했던 스타워즈는 지금까지 벌써 세번 째다.
중계유선에서 낮에 재방송, 밤에 재방송...
스페셜 편집한 것을 사서 외울 만큼 봤는데, 더빙한 것을 보자니 목소리가 영 거슬린다.

다른 방송에서는 '아메리칸 사이코'를 하고 있다.
중간 중간 채널을 돌려가며 본다.
우리 영화 '공공의 적'의 원전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거기 나온 주인공은 그야말로 미친놈이다.
내가 죽인 사람이 몇인지 모르겠어... 스물? 아니 마흔 명인지도 몰라... 어쩌구 하는 대사가 있다.
끔찍하고 역겹다.
이상한 일이지만 언젠가부터 영화를 쭈욱 한 번에 보는 일이 없다.

종일 고여 있었다. 생각도, 느낌도, 귀도, 입도...

오늘은?
통통거리며 흐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