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책이 나왔습니다.^^;;
오애도
2003. 7. 3. 07:48
<세상에 바치는 들꽃묶음 한 다발>
나이: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
직업: 뭐래야 하나...... 사교육이지만 선생.
사는 곳: 부자들이 사는 동네인 강남. 그러나 열 평도 채 안 되는 단칸 셋방에서 근근히 살고 있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밖에 소개가 안됩니다.
작가 프로필이란 걸 써야 하는데, 뭐 별로 내세울 것이 있어야지요.
화려한 사회적 지위? 없습니다.
뭐 눈길 끌만한 수상경력이나 방송출연? 없습니다.
대단한 학벌? 없습니다.
빵빵한 남편? 당연히 없지요.
똑똑한 자식? 없습니다.
모아놓은 재산? 그런 거 없습니다.
정말 없는 것 투성이입니다.
그렇게 없는 것을 자랑삼고, 초라함을 시위 삼아 인터넷상에 글 몇 줄을 올려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따뜻하게 봐 주셨습니다. 그것이 묶여져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입니다.
이 책은 제게 있어서 한 다발의 꽃묶음과 같습니다. 그것도 크고 화려한 꽃들로 묶여진 것이 아니라, 잔잔하고 소박한 들꽃으로 묶어진 꽃다발이면 더 좋겠지요.
길가의 냉이꽃이나 망초대 같은 것들은 너무나 흔하고 남루해서, 몸을 낮추어 들여다보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렇게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은 모두다 비슷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도 그렇게 들꽃과 비슷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겼고, 고만고만하게 무리지어 살지요.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것들 하나하나는 얼마나 소박하게 아름다운지요. 그것처럼 각자의 삶은 모두 그 나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 작고 이름 없는 들꽃 속의 한 송이에 불과합니다.
그리하여 그렇게 이름 없는 꽃으로 사는 즐거움과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화려한 더블로 살든, 초라한 싱글로 살든 말입니다.
그저 산다는 게 기쁜 것이지요.
이것은, 제가 세상에 바치는 들꽃다발이자, 세상이 제게 주는 장미와 백합의 꽃다발이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문득,
세상엔 온통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과 감사할 것 투성이입니다.
무엇보다도 칼럼을 사랑해주시는 1000명 가까운 회원들. 그 분들의 따뜻하고 소박한 격려가 이 책을 있게 한 것입니다.
울엄니......
그리고 모자라고 흠 투성이 인간을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아주는 가족들,
그리고 내 일처럼 기뻐해 줬던 오래된 친구들과 새로운 친구들... 그리고 많은 지인들...
'언제 책 나와요?' 끊임없이 눈 빛내며 기다려준 기특한 제자들...
개성 없는 밋밋한 얼굴을, 깊은 애정과 정성으로 그려준 착한 제자 민선.
또 한 세상에 드러나지 못한, 쓸쓸한 무명의 글을 거리낌없이 책으로 엮어주신 정주출판의 주정길 사장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울아부지......
햇빛 따뜻한 곳에 누워 계신 당신께 바칩니다.
2003년 유 월 끝 무렵에 愛道
어제 드디어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 그대로 '싱글? 초라한... 화려한'
가지런히 묶어진 책 두 묶음을 받았습니다.
고백하자면 어째 그리 덤덤하던지......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아서일까요?
저녁에 학부형 몇 분이 오셨었습니다. 그 분들이 새 책의 책장을 넘기는 걸 보면서 그 때 비로소 덤덤함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그 덤덤함이라는 것이 갑자기 부끄러움이 되 버린 것입니다.
서툴게 싸인이란 걸 하면서 문득 손이 떨리도록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책이 나왔습니다.' 하는 보고를 하면서도 잔뜩 등줄기가 근질거릴만큼 쑥스럽고 부끄러운걸요... 어딘가 보여주거나 드러내서는 안 될 것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어쨌거나 감사합니다. 모두 님들 덕분입니다.
사실 책이 나온 지금보다도 처음 칼럼 개설하고 한분 한 분 식구가 되 주실때가 더 흥분되고 기뻤던 것도 사실입니다.
창밖으로 회색 구름이 뭉클거리며 잔뜩 내려와 있군요.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