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시원 소주 병에 담긴 물 한 병!!

오애도 2003. 6. 30. 03:44
울엄니가 보낸 택배가 왔다.
김치 두 봉지.
강낭콩 깐 것.
된장과 고추장뭉치.
먹을 때도 안 된 호박잎 몇 장.
깻잎절임 한 보시기.
그리고 시원-C 1-원 소주 병에 담긴 물 한 병....
물 한 병.
물 한 병.
물 한 병.
물 한 병.
물 한 병.

나는 그 물 한 병을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그거 좋은 물이여... 버리지 말고 꼭 먹어. 알었냐? 꼭 먹어...'

1리터도 안 되는 물을 울엄니 보내셨다.
매일 가는 상설 의료기 체험장에 있는 게르마늄 정수기에서 받아오는 물이다.

500ml 물 한병을 사고 그 병에다 물을 받아가는 것은 얼마든지 된다는 말에 울엄니, 그런 통을 몇 개 사서 매일매일 받아다 큰 통에 모은다.
몸에 좋다고, 그렇게 모은 물을 손주들 먹으라고 아들 집에 갖다 주신다.

그 물이다.

시큰둥한 나는 말했었다.
'여기 시골 집에 있는 물이 훨씬 좋은 거여. 우리 동네서 나는 물, 서울서 사 먹잖어...'

그래도 울 엄니 물 받아 오시는 걸 멈추지 않는다.
저 번에 큰 올케 우리 집에 왔을 때 말했었다.
'이래뵈도 우리는 어머니가 받아다주신 게르마늄 물 먹어요...'

나는 엄마 앞에서 늘 시큰둥했다.
게르마늄 물이든, 게르마늄 방석이든...-울엄니 달거리통 심한 나를 위해, 없는 돈 들여 게르마늄 방 석 사 보내셨다. 그 때 나는 그런 거 왜 샀냐고 역시나 덱덱거렸다-

나는 0.64리터들이 소주병에 담긴 물 한 통을 바라다본다.

그리고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나 다 마셨다.

쓸쓸하다.

내가 자식이란 게 쓸쓸하다.
그건 뭔가 넘어설 수 없는 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