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03. 5. 8. 23:48
청평에 갔다가 물멀미만 내고 왔습니다.
숙소는 그야말로 죽이는 장소에 있었는데- 앞에는 바로 푸르러진 산이 서 있었고, 그 앞에 계곡이 길게 누워 있었거든요- 내내 부슬거리거나 주룩거렸습니다. 덕분에 주위는 굉장히 조용하고 고즈넉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가 한쪽으로 강을 끼고 달리는데다 장마비처럼 쏟아지는 비를 창밖으로 보고 있자니 그야말로 물물물 물의나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래된 징크스... 그쪽으로 가면 늘 비 온다. 대학 때 엠티 두 번 대성리 쪽으로 갔는데 장마철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밤 새 퍼붓도록 비 왔다. 한 번 더 가봐야겠다. 그래서 비 오면... 나중에 가뭄 들 때 가면 되니까...^^-

오늘은 해가 났군요.
올 봄엔, 이틀 비 오고 이틀 반짝하고...
봄비는 몇가지 기발한 것들-사발 이빠진 것. 돌담 배부른 것. 어린애 입 잰 것. 노인 부랑한 것. 지어미 손 큰 것등등-과 더불어 쓰잘데기 없는 것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봄비 잦은 것이 쓸 데 없는 것이 되는 이유를 내 나름으로 유추해 보면, 싹이 돋아나고 어린 잎들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작업-??-을 해서 무럭무럭 자라야 하는데, 굵은 빗방울로 얻어터지지... 못 얻어먹지-햇빛으로 얻어지는 양분-... 물과 싸우느라 기운 빠지지...그래서야 어디 제대로 자라기나 하겠습니까?!! ... 맞나?

어쨋든 농사꾼은 아니지만 농사꾼의 마음으로 여러가지가 걱정됩니다.
-서울 놈은 비만 오면 풍년이란다 하는 속담도 있다. 그게 걱정되서 노파심에^^;; 그런데 내가 서울놈인가?!! -

가끔 이걸 쓰다보면 다섯 개의 완두콩처럼 서울 중심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 비 온다고 전국이 다 비오는 것도 아닌데...^^;;

전국적으로 통하는 얘기...
오늘 어버이 날에다 초파일이군요.
울엄니는 멀리 계셔서 카네이션 못 달아드렸습니다.
만약 지극히 정상적인-????????????-삶을 살았다면 나도 카네이션 달 나이인가요?^^

며칠 전 친구가, 나도 참 학부형이지 하는 말 듣고 했던 생각입니다.
고사리 손으로 만든 카네이션 달아서 느닷없이, 아! 인생이 행복하고 자식 키운 보람이 있구나 하고 느끼면서 역시나 이렇게 행복한 인생을 주신 내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지는 카네이션 단 부모이면서 달아드려야 할 자식인 사람들한테 궁금한걸요...

부모는 아니고 자식이기만 한 나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글쎄요. 자식이 생기면서 부모한테 가는 마음이 스무 배정도 줄어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결혼 안 해 살 때는 그래도 좋은 것 보면 내 엄니 아부지 생각을 하지만 결혼해서 자식이 생기면 그 자식 먼저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일테니까요
자식 낳아 봐야 부모 마음 안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겠지요.
안다는 것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만 깨닫는다는 것은 행동과 실천이 함께 가거든요...
그래도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그것을 안다는 것이겠지요. 그 안다라는 것조차 없다면 짐승과 별 다를 게 없을테니 말입니다.

자... 일어나서 빨래나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