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나는 밥이 좋다!!

오애도 2003. 4. 15. 12:25
1시간 쯤 물에 불렸다가 압력솥에 지은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한 밥 한 공기, 구운 김 다섯 장, 치즈 한 장, 울엄니의 배추김치 한 보시기, 참치 넣어 끓인 미역국 한 대접....

오늘 아침식사 메뉴입니다.
보통 국과 밥이면 되는데 오늘은 그래도 반찬이 많은 편입니다. 최근 아무래도 탄수화물만 과다섭취하고 단백질이 부족한 것 같아서 치즈는 일부러 사 온 것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밥에 치즈를 얹어 세 숟갈을 먹습니다.
다섯 숟갈은 구운 김을 얹고 김치를 먹은 후에 국물을 떠 먹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냥 국에 퍽 말아서 김치랑 먹는데 이게 과히 점잖은 식사법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그야말로 말아먹는-??- 식사법인 것이지요^^

이틀에 한 번 쯤 밥을 짓습니다. 지어 놓은 밥은 솥째 그냥 두었다가 국에 말아 먹거나 찬 밥으로 그냥 먹거나 라면 따위를 끓여 같이 먹거나 합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지금 까지 살면서 밥을 버린 적은 아마 열 손가락으로 충분히 꼽을 것입니다.

혹시 오래 되서 딱딱해지거나 말라 붙은 것은
1. 신김치와 국물을 밑에 깔고 식용유를 부은 다음 뚜껑을 닫고 푹 익힌후에 달달 볶아 먹는다.(겨울)
2. 후라이팬을 달군 후 계란 하나를 깨뜨려 휘휘 저은후 밥을 넣고 볶은 후에 열무김치와 먹는다(여름)
3. 라면을 끓여 펄펄 끓을 때 찬 밥을 넣는다(전천후)
4. 신김치, 멸치, 물을 붓고 부글부글 끓인 후에 밥을 넣고 끊인 후 수제비 몇 개를 떠넣어 먹는다
5.물을 펄펄 끓인 후 말아서 무우 장아찌와 먹는다.

찬밥 처치법이 아니라 밥하기 싫은데 고맙게도 찬밥 한덩이가 남아 있을 때의 먹는 방법입니다.

금방 지은 따뜻한 밥 먹는법-???-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합니다. 그거야 김 모락모락 나는 한공기 밥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니까요.
내가 즐겨 먹는 방법은??

1.그냥 맛있는 김과 먹는다.
2.된장찌개, 청국장, 김치찌개등을 끓여 두부며 오뎅이며 김치등의 건더기를 밥에 얹어서 후후 거리며 먹는다.
3.스팸을 구워 김치와 먹는다.
4.계란후라이, 참기름,김가루, 간장을 넣어 비빈 후 열무김치와 먹는다.
5.싱싱한 고등어 소금구이와 먹는다.
6.쇠고기. 참치, 혹은 굴 따위를 넣어 끓인 미역국과 먹는다.
7.막 쪄낸 새우젓계란찜(계란 두 개면 밥 한공기를 먹는다)과 먹는다.
8. 아주 짭짤하게 청양고추랑 감자랑 홍합넣은 된장찌개와 먹는다.
9.슬라이스치즈를 얹어 먹는다.
10.열무김치 참기름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뭐 대충 이런 정도가 혼자서 먹을 때의 방법입니다.
대체로 반찬은 김치 빼고 한가지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도 밥은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혼자 살면서 안 하는 짓이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입니다.
빵으로 아침을 때우느니 그냥 안 먹고 마는데 그러다 보니 빵 사다 놓고 못 먹어 버리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어쨋거나 보릿고개 운운하는 것은 뻥이고^^;; 그래도 나 어릴 때 쌀밥은 그렇게 매일매일 먹을 수 있는게 아니어서 보리 7-80퍼센트 쌀밥이 고작이었습니다.
그것도 봄서부터 가을까지는 푹푹 삶아 푹 퍼지게 가마솥에 지은 보리밥에다 한 끼는 분식-수제비, 칼국수, 찐빵, 그냥국수-에다 가끔은 구황작물-고구마, 감자-도 있었으니까 지금 쌀이 남아돌아 쌀밥먹기 장려운동같은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후후

하여 쌀밥을 혼자서 밥그릇 가득 담아 혼자-??-먹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여 밥 좋아하는 나는 결혼식, 돐잔치 부페는 물론 호텔부페, 아니면 샐러드 부페집에서도 반드시 필히 꼭 밥을 먹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많아도 밥이 없거나 밥을 안 주면 신경질이 날 정도이지요.

며칠 전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체중을 줄이라면서 하는 말이, 운동을 좀 하시고, 단 것이나 기름진 것을 줄이라고요...
나는 운동은 매일매일 -수영과 걷기-하고 단거나 기름진 것은 별로 안 먹는다 했더니 전혀 안 믿어지는지,
그런데 왜 살이 안 빠지는 것이지요????
잘난척 하는 나...
제가 아마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는 모양입니다. 밥하고 국수같은 걸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럼 밥을 줄이세요...

에고 그렇다고 한끼에 서너공기를 먹는 것도 아니고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먹는 것도 아닌데 어째 살찌는 것의 원흉이 밥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흑흑

그래도 나는 밥이 좋습니다. 친구들과 반찬없는 초라한 밥상에 둘러 앉아도 이유없이 행복한 것은 아마 그들을 위해 일부러 지은 따뜻한 밥 때문일 것입니다.
특별하게 튀는 맛이 없는 탓에 오히려 어떤 맛과도 어울리는 밥의 미덕도 그렇고-물론 콜라나 쥬스에 밥을 말아먹는다는 것은 이상하다-, 밥이나 한끼 먹자라든가 한솥밥을 먹는다라는 문장이 주는 따끈함과 촉촉한 울림도 좋습니다. 빵이나 먹자라든가 한화덕 빵이라는 말이 없는 것은 뭐 그게 우리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기엔 정말 어딘지 썰렁하고 퍽퍽한 느낌이 들지 않는지요...

어쨋거나 누가 뭐라든 나는 밥을 자알 먹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밥을 짓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다른 것은 몰라도 밥만큼은 그냥 대충 함부로 짓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밥같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는데 혹 덜 삭은 마늘 짱아찌 같은 인간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