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한밤중에 만나는 그녀!!

오애도 2002. 7. 18. 03:12
가끔 한 밤중에 밖으로 나갈 일이 있을 때 그녀는 대문 밖에 나와 앉아 있습니다.
짧게 자른 하얀 머리칼,
거무스레한 피부,
찌그러진 플래스틱 신발,
조잡한 무늬의 칠부 몸뻬 바지
그렇게 남루한 차림으로 한밤중 혹은 새벽까지 그렇게 나와 앉아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가장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아무런 기대, 희망, 즐거움의 빛이 사라진 눈빛입니다.

어찌하여 그 시간에 대문 밖에 나와 있는 것인지...
나는 모릅니다.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알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슬프고 쓸쓸합니다.

그녀는 한 때 한 집안의 안주인이었을 것이고, 어린 아이들의 선량한 어머니였을 것이며, 누군가의 건강한 아내로 가정의, 시대의 중심을 살았을 것입니다.

늙음과 함께 그녀는 안주인 자리에서 밀려났을 것이고, 아이들은 자라 어머니를 떠났을 것이며, 먼저 간 남편의 부재와 함께 가정과 시대의 변두리로 자리바꿈을 하게 된 것일겝니다.

그녀를 보면 늙음은 결코 아름답지 않습니다.

어쩌면 요즘처럼 길게 산 세월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에서의 늙음은,그렇게 불면의 밤으로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변두리로 나앉을 수 밖에 없는 늙음은 그리하여 가슴 아랫부분까지 훑고 지나가는 쓰린 통증을 불러일으킵니다.

누구나 늙습니다.
그리고 많은 늙은사람들은 그렇게 변두리와 주변인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유롭게 아주 먼 일이라고 자위합니다.
나는 우습게도 그렇지 않을 거라고 자만합니다.
나는 건방지게도 그럴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 오만을 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나이 먹고 늙고 조금씩 시대의 뒷쪽으로 밀려나는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그렇게 무마하며 사는지도 모릅니다.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지만 불면의 밤을 보내는 그녀의 야윈 몸에서 소외와 그로인한 외로움들이 더께가 되어 앉아 있음을 봅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게 없어 마음 불편하다고 하면 지나치게 휴머니스트인 체가 되는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