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끌리는 것들...
모처럼 쉬는 일요일입니다.
다 늦게 슈퍼엘 어슬렁거리고 나갔었습니다.
간고등어 한 손을 사고 진짜로 잘 익은 토마토 세 개와 수제 소세지 묶음, 그리고 미역국용 양지머리 반 근을 샀습니다.
2800원 주고 인디언 핑크의 라운드 티도 한 장 그리고 화장실 변기 카바도 핑크색으로 샀습니다.
영국 왕실장미-??-가 우아하게 프린트 된 패브릭 느낌의 뚜껑이 이뻐서 샀는데 아뿔사 집에 와서 달고 보니 생뚱맞게 간사시런 핑크색의 받침만 선명합니다. 뭐 뚜껑을 닫아놓지 않는한 그 우아한 왕실장미 문양은 보이지 않을 터이니 장미 문양 보자고 뚜껑을 덮어 놓는 것도 이상하고...
남자랑 사는 게 아니라서 믿받침대까지 올려 놓을 일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남자 알라들이 많아지고 자주는 아니지만 화장실엘 가는지라 아이들 오는 날은 잽싸게 밑에 받침까지 세워 놓는데 먼저번 것은 잘 세워지질 않았던 것입니다. -그 다이하드라는 영화에서 부루스 윌리스가 별거하는 아내에게 느닷없이 들렸는데 화장실 변기가 세워져 있는 걸 보고 남자가 와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ㅋㅋ-
어쨌거나 바꾸고 보니 바꾸는 작업이 그다지 어려븐 것도 아니고-예전에 언뜻 들은 바로는 교체하는데 나름으로 꽤 어렵다고 했었다-, 값이 엄청 비싼 것도 아닌데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화장실 문 열 때마다 그 선명한 진달래색이 생뚱맞아 보이기는 합니다. 하하.
각설하고, 내가 다니는 곳은 월마트라는 슈퍼센터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쯤 어느 땐 이주에 한 번쯤 가는데, 물론 사는 것은 앞서 얘기한 대충 식료품이나 값싼 이지웨어나 뭐 이런 게 주요 장보기 품목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그곳엘 갈 때마다 꼭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문구용품 파는 곳입니다.
물론 일반 소매점이 아닌 터라 물건들은 대부분 팩으로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연필은 한 다스나 반 다스-이건 미국산-이고, 볼펜등도 세 자루 이상, 딱풀이나 스카치테이프도 다섯 개 씩 팩으로 되어 있지요. 나는 분명 지난 주에도 둘러 봤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연필을 만지작거리고 지우개나 풀이나 가위 따위를 만지작거리다 꼭 무언 가를 사고 마는 것입니다.
사실 그렇게 해서 사놓은 것들이 꽤나 있습니다. 다섯통이나 들어 있는 샤프심-이건 종종 아이들이 찾는터라 인심 쓰듯 척!!하고 내준다.- 딱풀 다섯 개-이건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사실 삐들거리고 수분 날아가고 있다-, 스카치테잎 다섯 개, 그외에... 포스트 잇이라든가 뭐 이런 것도 있습니다.
나는 이상하게 그런 것들에 대하여 아련한 향수 같은 게 있습니다.
하여 지난 번에는 그만 반 다스 짜리 지우개 달린 아주 고전적인 연필까지 사고 말았습니다.
집에 와서 그것들을 일부러 꼼꼼히 깎아서 필통에 꽂아 놓고는 괜히 흐뭇해서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반다스 짜리 간이 샤프연필도 사고 괜히 연습장용 공책도 한 권 사고 말입니다.
연필 반다스와 샤프 펜슬 반 다스라니... 펜으로 쓰는 것을 죄다 연필로 바꾸지 않는 이상 아마 죽을 때까지 써도 다 못 쓸 것입니다. ^^;;
사실 그것말고도 마음을 끄는 것들은 많습니다.
깨끗하고 하얀 지우개라든가, 어릴 때 쓰던 투명한 고무풀이라든가 아니면 색종이 뭉치, 그리고 가위나 예쁜 압정 같은 것...
그리고 연필 같은 것은 화려하게 그림 박힌 것은 별로고 그냥 연필같이 생긴 연필이 좋습니다.
그것들이 나란히 상자속에 누워 있는 것을 보면 어찌나 흐뭇한지요. 안 먹어도 배부른 것 같은...
아마 늘 모자라고 가질 수 없는 게 많은 어린시절을 보냈던 것에 대한 일종의 컴플렉스가 아닌가 합니다.
어쨌거나 이런 버릇은 평생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툭!! 연필 반다스쯤 사는 것에 벌벌 떨지 않을 만큼의 여유도 말할 수 없이 감사해 하고 있는 중입니다.
뭐 사는 게 별 게 아닌 듯 보입니다. 이럴 땐...
사는 게 빢빡하게 느껴지면 돈 만원을 들고 문방구엘 들러 보십셔. 의외로 살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알고 행복해지거든요.
얼마 전에 샀던, 정말 연필같이 생긴 지우개 달린 노랑 연필과 샤프 연필...
귀엽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