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학문은 즐거워???

오애도 2002. 5. 1. 12:10
도서관과 화장실의 공통점이 항문-학문-자음 동화된 발음-이라고 합니다.
항문-?-을 닦는다. 항문에 힘쓴다. 하나가 뭐드라...^^

요즈음 학교 시험 기간입니다.
그래서 사교육의 중심인 학원이 비상입니다.

이렇게 시험 기간만 되면 배운다는 것이나 학문이라는 것이 그 자체에 목적이나 즐거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험 문제 잘 찍기 위한 훈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공부라는 것에 그 나름으로 재미가 있고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다면 아이들은 분명 선생티 낸다고 난리를 칠 것입니다.

나는 원래는 국어 선생이지만 가끔 취미로-??-사회탐구며 국사, 윤리 같은 걸 개인지도 하기도 합니다.
맹차한 얼굴을 하고 있는 풋풋한 아이들에게 아주 오래 전에 배운 것들을 새삼 들추어 가르치거나 배우자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단지 시험만을 위한 공부가 아닌, 지식 그 자체가 지식으로 느껴지는 걸 보면 아마 나이탓이겠지요.

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공자며 맹자, 노자 장자를 비롯해 불교 사상 같은 걸 읽고 있자면 이렇게 핵심적으로 잘 요약해 놓은 것도 없다 싶습니다.
특히 세계사 자습서 같은 것은 지식의 보고-??-입니다.

만약 그때 그 열 일곱 살 무렵에 그런 심오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면 나는 어쩌면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느 책 제목처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아마 많은 것에서 달라졌겠지요.

하지만 인생의 모습은 살아온 세월의 길이에 비례해 명료하게 보여지는 법.
아마 다시 열 일곱이 되더라도 그때하고 조금도 다르지 않게, 설렁설렁 오늘 아니면 내일 하지... 지금 안 한다고 공부가 어딜 가냐? 어쩌구 하면서 허송 세월을 할 것입니다.
그런 얕은 게으름으로 대변되는 내 전형적인 행동양식이 다시 돌아간다고 바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누가 뭐라든 열 일곱에는 열 일곱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음...... 그리고 잘 되지 않았던 일을 한 번 더 한다고 반드시 그것을 개선하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구요. 재수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이 아닌 것처럼......

어쨋거나 요새 초등, 중학생들조차 공부하는 것을 보자면 꼭 무슨 박사학위 따기 위해 막판 논문 준비하는 것 같은 비장함과 긴장감이 있습니다.
밤을 새고, 코피를 터뜨리고...
평상시엔 절대 안 그러면서,
'선생님 공부해야 혀요... 징징.' -이눔들아 평상시에 좀 혀라. 시험 코앞에 두고 그것이 되냐?-
그래도 100점 맞았다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고 학부형한테 전화 오면 그것도 가르친 보람이라고 하루가 룰루랄라가 됩니다.
뭐 가끔, 잘 하면 제 탓이고 잘못하면 선생 탓 하는 인간들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에고, 그나저나 오늘 시험 보는 우리 알라들, 시험 자알 봐야 할 턴디....

아그들아 항문-학문-을 중요시 혀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