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24. 6. 27. 04:35

낮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또한 맛있는 커피 한잔도 했습니다. 

아침에 한 잔 마신 커피가 있어서 샷 하나를 빼고 엷은 라떼를 주문해서 맛있게 마시면서. 오랫동안 오랫동안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커피에 호되게 당하는 중입니다.  -지금 세 시 이십 분- 아직도 졸리지는 않고 약간 눈이 뻑뻑해지고 있을 뿐입니다. 흠...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영어 독해 문제를 들여다 보다가... 유튜브 시청도 했다가... 여름 휴가로 어딜 갈까 쓸데없이 여기저기 호텔과 비행기 표를 검색했다가... 결국, 자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깨끗이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여기에 글 쓰는 일이 이젠 한 달에 한 번 정도이니 월기가 되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은 굴뚝 같고 쓰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데 이상하게 글 올리는 일에는 쉽게 자판에 손이 얹어지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데스크탑을 쓰다가 재작년에 랩탑으로 바꾸고 나서는 물리적으로 글쓰는 일이 쉽게 다가가지지가 않습니다. 

흠... 다시 데스크탑을 사야 하나 어쩌나... 

 

6월도 끝자락이네요. 

드디어 예순 번째-회갑- 생일을 지냈습니다. 음력으로 5월 7일이고 양력으로는 6월 16일인데 이 두 날짜는 예순번째의 생일을 맞기 전에는 한 번도 만나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는 경우 매년 양력 날짜가 다르지요. 그러다가 예순한 살이 되는 해에 비로소 갑으로 돌아와 음력과 양력이 같아집니다.

하지만 그게 만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올해가 그런 해이지요. 그렇게 만나지지 않는 해엔 아마 다른 이름이 붙여질 겁니다. 그래서 그냥 용의 해가 아니라 청룡의 해가 되는 것이지요.  

양력과 음력을 계산할 때 지구의 기울기 때문에 생기는 시간의 차이를 모아서 4년에 한번씩 윤년을 만들고-음력으로는 한달- 그래도 남는 몇분의 시간이 모이다 보면 4일의 오차가 생기게 된 것일 겁니다.  계산법을 예전에 혼자서  만세력 배울 때 본 것 같았는데 내가 딱!! 그때 걸린 거였습니다. 하하하. 

어쨌거나 혼자인 나는 내 손으로 미역국을 끓이고, 잡채도 하고, 갈비찜도 해서  아침을 차려 먹었습니다. 이런저런 행사는 미리 치렀고요.

그리고는는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명품을 장만했습니다. 의자계의 에르메스 허먼 밀러 의자... ㅋㅋㅋ 

돌이켜 보면 평생을 매일매일 하루의 대부분을 책상 앞에 앉아서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가끔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다가 순간적인 자세가 잘못 돼 며칠을 말도 못하게 무릎관절이 아팠던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자를 바꿔볼 생각을 안 했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습니다. 안그래도 최근 몇달 동안 그동안 쓰던 의자 두 개가 모두 다 너무 불편해져서 새 의자를 탐색하다가 핑곗김에 사고 말았습니다. 

 사실 내돈으로 산 것은 아니고 생일 기념으로 이러저러하게 받은 금일봉을 털어 넣은 것입니다. 그 돈으로 금반지를 사서 끼고 다닐까 하다가 그것도 부질없은 일인 것 같고 해서리...  

 근래 들어 가장 잘한 일인 듯합니다.

 그렇게 새 의자를 사서 이제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해야지 했는데 어쩐 일인지 의자 산 이래로 바빠져서 쉬는 날에 열두시간 공부!! 이런 건 요샌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새로 산 의자 덕에 아주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방 한 칸에 주방이 전부인 집에 명품의자라니!! 성공한 인생입니다. 하하하.

 사실 명품이라는 의미에서라기보다는 생각보다 굉장히 기능적으로 편합니다. 편하게 등받이에 기대서 쉬게 하는 의자가 아니라 일하는 데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는 게 맞는 말인지 모릅니다. 

 

이제 네시 반... 일어날 시간이네요. 

아직도 정신은 말똥하고 자려고 노력하는 대신 다시 커피나 한 잔 마시고 하루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이렇게 하룻밤을 꼬박 세우면 오늘 밤은 아주 자알 자게 되겠지요. 다행히 이틀 연속 꽤 자알 잤습니다. 

 

불쑥불쑥 엄니 생각이 많이 났던 유월... 이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