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끝에서...
한 해의 끝입니다.
해를 보내며 문득 돌아보니 그저 무해무덕한 날들이었던 듯합니다.
크게 나쁠 것도 없고 크게 좋을 것도 없는 한 해... 어찌 보면 가장 이상적인 날들이지요.
좋은 일 일어나는 것보다 사실 나쁜 일 일어나지 않는 게 훨씬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며 사는 터라 그저 별일 없는 매일매일이 감사합니다.
새로 운전 면허를 땄고 그게 올 해 가장 큰일이 되었습니다. 하반기 내내 그거에 매달려 있느라 목표했던 영어 공부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생각은 많고 쓸거리도 많은데 글을 전혀 안 썼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고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그것도 어영부영...
흠...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말 겨루기 왕중왕 전 우승도 올 해 일이네요.
그럼 뭐 이만하면 됐습니다.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해치우진 못했지만 내년을 기약해 봐야겠습니다.
1점 모자라 2급인 한국사 시험도 1급을 목표로 다시 봐야겠습니다.
새해에는 수능 수학을 새롭게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시험 공부의 미덕은 굉장히 밀도 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이유로 수능 종합반 같은 델 들어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기억력은 점점 형편없어지지만 이순의 나이인 내년엔 말 그대로 어떤 것을 보거나 들으면 이해가 저절로 되는 때인지라 암기가 아닌 이해와 깨달음을 목표로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또 설레며 새해를 기다립니다.
엊그제 어릴 적 친구가 대전에서 올라왔습니다. 맛있는 식당엘 찾아가 점심을 먹는 것을 시작으로 종일 마주 앉아 저녁때까지 새새 이야기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일요일에 가끔 찾아오는 제자가 찾아와 또 새새 낮 열두 시부터 밤 아홉 시까지 이야기 하다 돌아갔습니다. 족발을 시켜놓고 냉장고의 맥주를 꺼내 마셨습니다. 저녁엔 닭튀김을 안주 삼아 남은 맥주를 마셨습니다.
그 전 수요일엔 모처럼 친구와 오전 중에 만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며 새새 이야기하다 아홉 시쯤 헤어졌습니다.
돌아보면 문득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사람들입니다.
'나'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고 또 긴 시간의 얘기를 진심으로 경청해 주는 사람들...
하여 유달리 마음과 정신을 풍성하게 보낸 연말입니다.
사실,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도 사람들이지만 반대로 사람만큼 내게 위로나 힘이 되는 존재도 없을 겁니다.
복된 새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