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혈병 투병기

정기 검진, 마지막...

오애도 2022. 4. 6. 22:20

 6개월만의 정기 검진일.

 

이제 만 4년 6개월이네요. 이제는 국가에서 하는 검진 하시고 이상 있으면 오시면 됩니다.

그럼 이제 졸업인가요?

그렇죠!!

그럼 선생님도 오늘 마지막 뵙는 거네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십시요!!

 

그리고 끝!!!

 

5년인 줄 알고 10월에 마지막 한 번을 더 가겠구나 했는데 아니었다. 

어쨌거나,

검사 결과는 만점이고 다른 화학 검사에서 여전히 간수치만 높다. 

총콜이 꽤 높게 나왔는데 그건 관리를 해야 한다고...

뭐 일단 참고는 해야겠다. 

 

국가 건강검진은 퇴원 이래 한 번도 안 받았는데 이젠 받아야 하는 건가... 

사실 평생 딱!! 한번 건강검진을 진단 받던 그해 쉰넷의 나이에 처음 받았었다. 그건 순전히 저탄고지 다이어트 시작하면서 그 경과를 보기 위한 거였고 고혈압 경계였다는 것만 빼고는 문제가 없었다. 2월에 검진을 했었고 8뭘 말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7월부터 무시무시하게 생리를 두 달 정도 했었다. 사람의 몸에서 이렇게 피를 흘려도 되나 싶게...

어쩌면 그게 온 몸의 멍으로 나타나기 전의 강력한 전조 증상이었을 터인데 나이도 나이니만큼 폐경기의 흔한 증세일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체중이 더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혈압은 지극히 정상이 됐고 눈 주위의 황색종이 생겼을 만큼 콜레스테롤 문제가 있었는데 황색종도 거의 없어졌다. 

그리고 첫 항암제 주사를 맞고 잠깐... 생리를 하는 것처럼 피가 비쳤고 그리고 급작스럽게 폐경이 왔다. -이건 젊은 여자들도 같은 듯하다- 

사실 그 갑작스런 느낌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제 치료가 끝났으니 혹 검진 받을 때 참고로 제시하라고 그 동안의 치료 경과와 최근의 검사 결과에 대한 간략한 소견서를 뽑아줬다. 

그리고 난 처음으로 초기 검사 결과를 자세히 보게 됐다. 대충 이상 세포가 몇 프로고 정식명칭은 Acute Promyelocytic Leukemia with t(15;17)(q22;12);PML -RARA(FAB AML M3)-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빡세게 공부한-??- 풍월로 급성전골수성백혈병, 15 17번 유전자의 전좌. 프랑스 미국 영국식 분류로는 M3 대충 이런 소리.

 

그리고 이 부분은...

응급실에서 히크만 카테터 수술하고 이틀만에 병실로 올라갔고 히크만 수술하고 불편한 자세로 응급실 병상에서 지내서 그랬는지 갑자기 오른쪽 가슴 밑쪽이 굉장히 아파 왔었다. 증세는 심한 담이 결리는 증세였는데 점점 아파져서 나중엔 숨조차 쉬기가 어려워졌다. 가끔 담 결릴 때 먹으면 신통하게 나았던 담청환 한 봉지만 먹으면 나을 거 같았다. 그렇다고 굴지의 3차 병원 1인실에 누워서 약국에서 파는 담청환 한봉지조차 구할 수도 없었고 의사의 허락 없이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결국 참고 참다가 모르핀 계열의 진통제를 맞고 새벽 한 시에 침상 채로 실려가 CT촬영을 했다. 

담당의한테 들은 얘기는 아무 문제도 없다는 것이었고 어쨌거나 진통제 덕분인지 씻은 듯이 나았었다. 그려 역시 담이 들은 겨... 

 

그런데!!

오잉!! 내가 아팠던 오른쪽 늑막에 물이 고였다는 얘기를 찾아냈다. 그 옆의 폐에는 폐확장부전이란 게 있었고...-그래서 숨쉬기가 힘들었던 모양-

뭐지? 그럼 그 담이란 게 어딘가 물이 나와서 고여 있을 때 아픈 건가... 근육이 경직돼서 그런 게 아니고? 

어쨌거나 자궁에 근종이 있고 가장 큰 게 7CM...-이건 한참 전에 세브란스에서 담낭 제거할 때 CT에서 발견했는데 담낭제거할 때 같이 하자는 걸 그냥 수술 안 하겠다고 했었다. 그땐 5센치였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좀 커졌나보다. 그때 담당의가 크게 특이한 증세가 없으면 괜찮은 거라고 지나가는 말로 했었는데 그거 믿고... ㅋㅋ- 

뭐 지금은 폐경도 되고 했으니까 더 작아졌을 것이다. 

 

어쨌거나 어째서 내 담당의는 별 게 없다고 얘기했는지 모르겠다. 아픈 게 백혈병 때문이라고 했는데 지금 저걸 보면 늑막에 물이 고이거나 하는 일은 크게 심각한 것은 아닌 건가... 

만약 저 진단서를 그때 봤다면 나는 또 이건 왜 이런 거냐고 꼬치꼬치 캐물었을 것이다. 

 

누가 뭐라든 아는 건 힘이다.

그리고 제대로 알고 있으면 사실 크게 두려울 게 없다. 

나는 그때 내 병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나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상한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 되었다. 하하하.

 

딴 얘기지만 그런 의미로 코로나 따위 두려워해 본 적 없다. 백신 맞을 생각 추호도 없었고 물론 맞지도 않았다. 검사도 방송국에 가느라 자가진단 키트로 한 번 한 게 전부였다.

뭐 지금 코로나 나한테 오면... 그깟 감기나 독감 한 번 앓고 나면 된다. 나는 건강한 사람이다. 가끔씩 나는 그렇게 독감도 앓고 감기도 걸려가며 60년 가까이 살았다. 그리고 암조차도 토닥토닥 잘 다스려 보냈다. 

 

착하고 착했던 나의 leukemia!!

만나서 반갑진 않았지만 크게 말썽 부리지 않아줘서 고마웠다네. 잘 가시게!!

 

 

그리고 꽃구경

 

 

 

병원 옆의 벚꽃길

 

찬란한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