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공 중
요즘 읽고-??- 있는 책.
머릴 쓰지 않으면 점점 퇴화될 거 같아서 머릴 굴려 보자고 몇 주 전에 사왔었다. 가계부도 한권 사고 볼펜도 한 자루 더 사고...
요즘 책들은 상당히 재기발랄한 것들이 많아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뭔가 읽는다... 라는 말보다는 본다... 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 느낌도 들고.
한동안 갤갤대던 몸이 나아져서 다시 으쌰~ 열공 중.
오늘은 고등학교 교과서를 몇권 주문했다. 하하하.
사실 교과서만큼 공부하기 좋은 책이 어디 있으랴~
나이 들어 공부하면 좋은 점이
단순한 암기는 형편없지만 놀라우리만치 통찰력이 생겨서 웬만한 건 거의 깨달아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워낙 독학에 익숙한 인간이라 배우거나 깨달은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잘 없어서 오래 전에 배운 것들은 책만 펴면 훅 꺼내진다.
3년 후 회갑 기념으로 수능시험 치기!!
올해 수능 문제를 풀어보니 뭐... 국사 이런 건 만점이고- 문제 수준이!! ㅋ- 그냥 풀어 본 한문은 한 개 틀렸고-서울대 입시에 필요한 제 2외국어 과목 ㅋ-, 국어도-국어선생 ㅋㅋ- 영어도 제법 자알 풀었다.
물론 수학은 못 풀었고 탐구영역도 (아직)안 풀었다.
사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쯤에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함께 수능을 봤었다. 그때 선택한 탐구영역이 국사-지금의 수능 국사와는 엄청 다름- 세계사, 경제 였었는데 정말 어이없는 선택이었지만 공부는 재밌었다. 세계사는 한 개-등급 컷!!- 틀렸었고 국사는 두 세개, 경제는 폭망-시간이 엄청 부족했던 기억- 그때는 국사가 필수가 아니었으니까 두 과목만 선택하면 될 것을 무슨 오만으로 세 과목 씩이나 그것도 최고로 골치 아픈 걸로 선택을 한 것인지... ㅋ
사실 그저 시험을 목표로 밀도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어쨌거나 요즘은 그래도 일찍 잠을 자는 덕에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다.
커피 한 잔을 타서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보고 있자면 오오 내면의 평화~로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하러 나가야 해서 시간이 짧은 게 아쉽지만 그 덕분에 굉장히 밀도 있는 공부가 된다.
생각해 보면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어쨌든 할 수가 없다.
모아 놓은 퀼트천도 많고 하다 만 뜨개질도 있고 시작도 안 하고 있는 자수 용품도 잔뜩이다. 새로 이사온 집 커튼을 퀼트로 만들어야지 벼르기만 하고 시작도 안 했다.
티비 보는 시간도 괜히 아까워 안 본 지 일년도 넘었다.
매일매일 시간이 가는 게 아까워서 동동거리는데 또 막상 돌이켜보면 중뿔나게 하는 것도 없다.
아기 돌보는 일이 즐겁고 보람되기는 하지만 이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일인가...는 늘 생각한다.
물론 아기는 자라고 나는 늙고 다시 유유자적 살게 되는 시간도 어느 순간 올 것이다.
그 시간이 올 때까지 틈틈이 꼼꼼히 열공 중.
나이 여든 살이 넘어도 살아 있다면 나는 영어 공부를 할 것이고 일본어도 중국어도 스페인어도 배울 것이다.
오래 전에 그것들을 조금씩 미리 손을 대 보았다는 것은 하여 얼마나 다행인가!-이건 공부라기 보다는 기능? 인가!!-
물리나 화학 생물 이런 것도 공부하면 좋겠지.
누가 뭐라든 내가 유능하게 할 수 있는 게 '공부' 인 건 참으로 감사한 일.
정신을 늘 생기발랄하게 지켜주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