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실곰실... 어른이 레고와 함께...
어제부터 휴가-??-입니다.
몸살기 같은 게 있어서 월,화 이틀을 고용량 타이레놀을 먹고 제법 푸욱 잘 잤습니다. 잠은 그런대로 잘 잤는데 그렇게 약의 힘을 빌려서 자고 나면 몸이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하여 어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몸 여기저기가 불편해서 -전날 고관절 과사용으로 통증이 좀 있었음- 그야말로 컨디션 갤갤인 날이었습니다.
무얼 먹어도 기운 나지 않고, 먹고 싶은 것도 없고 해야 할 일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요. 뭐 이러다 영영 드러눕는 거 아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ㅋ
그 와중에....
며칠 전부터 갑자기 레고에 꽂혀서 종일 저걸 조립했습니다. 하하하
이건 분재 모티브...
화요일에 도착해서 밤 늦게까지 조립하다가 자고 어제 아침에 벚꽃까지 완성했습니다.
두가지 버전으로 활짝 핀 벚꽃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여름이니까 푸른 잎... 이고 내년 봄에는 저 흐드러진 분홍꽃 가지로 바꿔 주면 됩니다.
이쁜 걸 넘어서 섬세함에 혀가 내둘러진다는...
그리고 두 번째
꽃다발입니다. 장미가 세 송이인데 브릭 하나가 빠져 있어서-이런 엄청난 실수를!!- 우선 두 송이만 완성했습니다-
누락된 브릭은 다시 신청했고요.
얼마나 디테일하냐면 저 꽃 줄기들이 어떤 것은 직선이고 어떤 것은 구부러지게 조립하도록 해 놔서 그냥 아무렇게 꽂아도 저렇게 키와 모양이 어울워집니다. @@
저건 수요일 오후에 도착해서 오후 내내 조립!!
차암 이쁩니다.
차가운 플라스틱이지만 거의 살아있는 것 같아요.
조악함-있을 리가-이나 메마름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서 소위 장인정신의 미덕을 체감합니다.
저걸 디자인 한 사람은 사물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찰과 깊은 연구를 했을까를 짐작해 봅니다.
합성수지로 만든 꽃이지만 향기가 피어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쉬는 날이면 찾아오는 무기력 우울감, 허무함 같은 게 잠시 싸악 사라졌습니다.
필 받아서리 새벽 배송으로 다른 거 한 개 더 주문...
이미 훨씬 전에 주문해 다음 주에 도착하게 돼 있는 것도 있습니다. 원래 다음 주가 휴가 계획이어서 그것에 맞춰 해외 직구로 주문한 것입니다.
이러다 온 집안에 레고블럭 완성품으로 가득차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40년 전 쯤 우연히 이층집 레고블럭을-외국에서 사 온- 조립해 보고는 컬쳐쇼크라고 할 만큼의 선명한 충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작은 조각들이 이렇게 견고하게 맞물려가며 섬세한 건축물이 되다니...
그 후 가끔 호숫가 별장이나 보트 하우스 같은 걸 사서 조립해 놓고는 작지만 견고하게 여닫히는 문을 열어 보거나 하며 들여다 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모형에 불과하지만 그것들은, 꿈은 꾸지만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갖게 만들어 주는 지도 모릅니다.
하여 다음에 살 것은 폭스바겐 T2캠퍼밴입니다.
오랫동안 오랫동안 꿈꾸었던 것 중에 하나가 캠핑카 끌고 여기저기 내 맘대로 다녀보는 것이지만 캠핑카는커녕 운전면허도 없는지라 섬세하게 만든 캠핑카로 대리만족이나 해야겠습니다.
어쨌거나 오늘은 몸 컨디션이 훅!! 좋아져서 이사온 후 다 못했던 구석구석 정리도 했고 빨래도 삶았습니다. 영어공부도 꽤 했고 책도 좀 읽었고 스마트폰으로 퍼즐 맞추기 게임도 했습니다.
기운 차리겠다고 전복삼계탕을 주문해 점심으로 먹고 목욕탕 청소도 했습니다.
뭐 하룻밤 호캉스라도 가볼까 하다가 내 집이 호텔이다~~생각하기로...
에어컨 안 틀어도 뭐 그닥 덥지 않아서 선풍기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새로 산 에어컨이 성능이 빵빵해서 조금만 틀어놔도 으슬으슬 옷을 주워 입어야 합니다.
하여 와작와작 맛있게 먹어치우는 사흘의 휴가 중 이틀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