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21. 6. 9. 22:49

 4개월만에 정기 검진

들어가자마자,

다 괜찮아요. 4개월 후에 오세요.

지난 번 검사결과와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 년 전 같은 시기의 검사결과하고는 거의 똑같다. 

일 년동안의 수치들을 보면 확실히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여름엔 혈소판 수치가 조금 낮고 겨울엔 조금 높다. 다른 수치들도 거의 같은 양상. 

어쨌거나 기본 혈액검사 결과는 만점이다. 

그런데...

 

화학검사 결과에서 간수치가 또 빨간색이다. 

처음 빨간색이었을 때는 공진단을 먹었을 때였고 그 다음 빨간색이었을 때도 공진단을 먹고 얼마 안됐을 때였다. 한약을 먹으면 간수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알고 있어서 별 신경을 안 썼다. 

그런데 5개월 전에 먹고 안 먹었는데 간수치 -특히 ALT-가 훅!! 올랐다. 늘 20 언저리였는데 평상시 수치의 세 배가 넘는다. 의사쌤의 다른 코멘트가 없는 걸 보면 뭐 크게 심각하진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정상치를 웃돈다는 것은 썩 심상하진 않다. 

게다가 AST에 비해 ALT는 대부분 간에 존재하는 효소인지라 저게 혈액 속에 많이 떠돈다는 것은 간 손상을 의미하는 것이라는데 예전에 담관염 진단을 받아 담낭 제거를 하게 됐을 때 간수치가 200이 넘었었다. 입원하라길래 안 하겠다고 했더니 죽을 수도 있다고... 그때는 죽을 만큼 등쪽과 배가 아팠고 소변이 거의 오렌지주스 색이었었다. 

뭐 어쨌거나 이러저러하게 원인을 생각해 보니 그동안 몸이 너무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기 보는 일도 육체적으로는 사실 중노동에 가깝고-내가 원래 일을 대충 몸을 아껴가며 실실 하지를 못함- 두달 전 이사를 했고 그 후유증도 있었다. 

게다가 먹는 것도 굉장히 부실해져서 대충 인스턴트 메밀국수 같은 걸로 때우는 것도 잦았고 몇년동안 안 먹던 던킨 도넛 같은 걸로 끼니를 대신하거나 믹스커피도 홀짝홀짝 어느 땐 하루에 두어잔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 

저탄고지 이후로 당질제한 하면서 먹어대던 고기도 거의 안 먹고 대신 고당질 식사를 해댔으니 뭐 이런저런 문제들이 겹쳐서 간이 피로했을 것이다. 게다가 나이가... 낼모레 육십이다. 허허허 

 

 

그래도 나란 인간이 워낙 갤갤대는 체질이 아니라 저녁에 오면 녹초가 되긴 해도 뭐 죽을 만큼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며칠 전부터 이런저런 증세들이 나타났는데 우선 입맛이 예민해졌다. 식욕이 떨어졌고, -저탄고지 이후로 식욕은 많이 줄었지만 양상이 매우 달랐다.- 입안이나 잇몸, 눈 점막같은 게 예민해졌다. 가끔 몸살기운처럼 근육통이 생겨서 타이레놀을 먹기도 했다. 

결국은 간이 피로해서 몸이 피곤한 건지 몸이 피로해져서 간이 손상을 입은 것인지... 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실 정기검진 같은 걸 안 했다면 간수치 따위가 조금 올랐는지 어쨌는지 그냥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몸이 익숙해지면 또 거기에 적응이 돼서 괜찮아 졌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끔 있는 일이기도 하고...

사람 몸은 혹은 내 몸은 겨우 그 정도의-??-의 힘듦에 중병이 걸리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저 이전의 환경과 다른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그나름의 몸살-??-같은 것은 치르게 되는 것이리라. 

다이어트로 체중이 10퍼센트 정도 내려갈 때도 심하게 몸살을 앓는다. 아무리 건강하게 하는 식이요법이리고 해도 몸에서 살이 내린다는 것은 데미지가 없을 수가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정신의 힘듦이 아닌 육체의 힘듦으로 내 이전의 병이 재발하는 것은 아니다. 

내 정신은 어쨌거나 물처럼 고요하다.

코로나 따위도 두렵지 않고 몸이 피곤하다고 해서 잉? 혹시? 하는 생각 따위도 해 본적 없다. 이것과 그것은 정말 기전이 다르다. 

나는... 내게 육체적 힘듦의 기준은 울엄니다. 울엄니가 얼마나 육체적으로 힘들게 사셨는지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는데 내가 하는 일은 그것에 비하면 정말 껌-??-이다. 그런 의미로 별 게 다 울엄니한테 감사하다. 

 누가 뭐라든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 투덜대거나 징징대거나 벌벌 떠는 일 따위는 없다. 

물론 저렇게 검사를 해서 수치를 알게 되면 그건 또 아는 게 병이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