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21. 2. 3. 21:17

평일 수요일...

모처럼 쉬는 평일이었다. 한 시 쯤에 새 냉장고가 배달 된다고 해서 오전 내에 이것저것 정리를 했다. 냉장고라는 것은 꺼내고 보면 엄청나게 많은 물건들이 나오는데 그것들을 바닥에 늘어 놓다 보면 온통 부엌바닥을 덮을 지경이 된다. 흠... 그런 의미로 보면 냉장고는 굉장히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수납 시스템임을 실감한다. 

 

오랜만에 HTS를 열고 재미 삼아 소액으로 주식 거래를 잠깐 했다. 

수익은 그럭저럭... ㅋ

 

오후엔 주민세터에 들러 이런저런 일들을 봤다. 

 

파마를 할 생각이었다. 

어제 아침에 손을 씻다가 거울을 보니 머리 꼬라지-??-가 훅 눈에 들어왔다. 어수선하고 푸스스한... 이상하게 추레한 모양새여서 나도 모르게 머리 꼬라지 봐라... 중얼거렸다. ㅋ   그 꼬라지 정리를 좀 하려고 오는 길에 미장원에 들렀더니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한사람씩만 받을 수밖에 없어서 이미 예약도 차 있고 하니 나중에 오란다. 이런!!

토요일로 예약을 해 놓고 터덜터덜 돌아와 이사갈 집?방?을 검색했다. 

 

여기로 이사온 지 이제 만 4년...이다. 어찌어찌한 사연으로 이사를 가 볼까 하는 생각으로 본격적으로 방을 알아보는 중이다. 

그러면서 며칠 마음이 심란하다. 

자꾸자꾸 어느 시골의 마당 있는 집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주 낯선 동네에서 곰실곰실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 

집값도 안 비쌀 거고 걸리적거리는 거 없이 햇빛을 받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 

마당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심어놓고 조물조물 손빨래 해서 바지랑대 받혀 널어 햇빛에 말리는 것도 좋으리라... 

텃밭-이 있다면- 열무나 상추 따위를 심어서 연할 때 쏙쏙 솎아서 고추장 고춧가루 넣고 겉절이 해서 쓱쓱 밥 비벼 먹으면 그것도 좋겠다. 책을 읽고 바느질을 하고 뜨개질을 하고 가끔 고추장 된장 이런 것도 담가 보고 글도 쓰고 동네 아이들이 있다면 불러다가 이것저것 공부도 가르쳐 주고... 생각만 해도 좋다!!! 

나는 확실히 나일 먹었다. 이렇게 발작처럼 느닷없이 일어나는 충동은 바로 그 나이 덕이거나 나이 탓이리라.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그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큰 트럭을 모는 일 같은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20대 아니 어쩌면 10대 때부터였을 지도 모른다.

얼마 전부터 북미 대륙을 횡단하는 어느 트러커의 동영상을 굉장히 재밌게 봤다. 내가 꿈꾸었던-??- 생활하고 비슷해서 틈틈이 보는 중이었는데 며칠 전, 그 트러커는 이미 작년 가을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상하게 며칠 동안 마음이 짠하고 아팠다. 삶의 근원적인 쓸쓸함과 허무함이 이상하게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말 한마디 해 본적 없는 사람의 죽음에서 뭉게뭉게 피어 올랐다. 

인간은 어쩌면 그렇게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굳건히 삶을 달려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어찌하여 그 어리거나 젊은 날에 그런 삶을 꿈 꾸었는가... 모르겠다. 어쩌면 혼자서 낯선 길을 끝없이 달려야하는 일의 그 기저에 있는 근원적인 고독이 인간의 숙명이라는 걸 운명처럼 알고 있었는지도. 

 

어쨌거나 이것저것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은 것은 피곤한 일이다. 

피곤하게 살고 싶지 않은데 어째 마음과 생각이 마음과 생각대로 되지 않는가. 

결국, 쉬다... 가 아니었다. 

 

 

싸고 좋은 새 냉장고

냉장고 자석 보니 여행가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