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혈병 투병기

3개월만에...

오애도 2020. 4. 8. 09:46

병원 행

유지치료 끝나고 첫 혈액검사

혈색소는 오르고 나머지는 조금씩 내렸지만 완벽한 수치다.

호중구가 저 정도라는 것은 뭐... 다른 염증이나 바이러스-??-같은 걸로 싸우는 일 없다는 걸로 받아들이면 내 몸에 최소한 코로나군이 들어와 있지는 않은 모양-뭐래??-

이번엔 정말 5초만에 진료가 끝난듯...

이번에 유전자 검사하고 다음 진료 땐 없는 걸 보니 6개월로 검사 텀이 길어졌다.

나와서 다음 스케줄 잡는데 간호사가 지난 번 검사는 음성이예요. -검사 결과는 두 주 후에 나오는데 이상이 없는 한 따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때 비로소 지난 번에 유전자 검사를 했구나 깨달았다.



이상이 생길 거라는 두려움은 없지만 이상이 안 생기는 게 당연해... 라는 건방은 경계한다.

사실...무슨 일이건,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건 오만과 건방에 대해 마음과 생각을 조심하며 살면 크게 두려움이 없다.

내가 이만큼 '나'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 일상과 자연의 고마운 섭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섭리'를 이루는데 중요한 것은 '감사'와 '겸손'...  




진료 끝나고 일하러 갈 때까지는 꽤 시간이 있어 바로 옆 성내천을 걸었다.

만개한 벚꽃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영어책을 들여다 보다가 옆에 내려 놓은 커피를 다시 마시려고 보니 꽃잎이 몇 개 떠 있었다. 

나는, 시골 우물가에서 물 한 잔 달라던 젊은 나그네에게 시골처자가 수줍게 버들잎 띄워 내민 우물물 바가지를 후후 불어 마시는 나그네 처럼 후후 불고 남은 커피를 마셨다. 허허


제대로, 온전히 뜻하지 않게 마주한 벚꽃...




의외로 사람들이 활기차게 많았다. 

 


바야흐로 꽃 피는 계절이다.

개나리도 싸리꽃도 지천에 제비꽃에 저렇게 이름도 모르는 처음 보는 들꽃들도 시끄러운 세상과는 무관하게 묵묵히 피어 있다.

사람들도 일년생 꽃이나 다년생 나무처럼 매해 새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면 어땠을까...

 묵묵히 자연의 섭리에 순종하며 사느라 덜 탐욕스럽고 덜 이기적으로 평화롭게 살았을 것이다. ㅋ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느 날 문득...

 참 따뜻하고 평화롭고 평온했던 한나절로 기억될 만큼의 두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 기억의 한편에는 시끄럽고 혼란한 '세상' 속에서였다는 것도 함께 떠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