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우리집 고양이 똘똘이가 지난 주에 무지개다리를 건너갔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자주 토하면서 점점 야위어갔고 털은 꺼칠해졌습니다.
마지막 이삼일 점점 기운이 빠지고 먹는 걸 힘들어 하면서 급속도로 살이 빠졌고 물만 간신히 마시며 지냈지요.
그 이삼일 동안은, 부르면 한번도 거르지 않고 하는 대답이 점점 들리지 않게 되고 소리가 나오지 않자 꼬리 잠깐 움직이는 걸로 대답을 하던 똘똘이는 마지막 오줌을 내어 놓고 입으로 마지막 물을 토하고 소리 한번을 처연히 내고는 조용이 몸이 식어갔습니다.
네 발 달린 짐승이 기운이 빠져 제대로 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지극한 연민으로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그 이틀 동안에 고양이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외출했다 돌아와 보면 얼굴에 눈물 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나는 똘똘이가 점점 늙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늘 얘기했었습니다.
아프지 말고 갈 때 고생하지 말고 편히 가라...고
다음 생에는 이렇게 사람에게 길러지는 고양이로 태어나지 말고 스스로 먹을 걸 챙기는 게 힘들어도 본능대로 살거나 좀 더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나거라.
처음 저를 데려온 전 주인이 마지막 인사-??-를 하러 다녀가고 다음 날 이른 아침 내가 보는 앞에서 그렇게 조용히 갔습니다.
나랑은 8년을 살았습니다. 열다섯 살 정도였으니 사람의 나이로 치면 아흔이 넘은 정도인가...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지막 가는 모습은 비슷합니다.
식어가는 똘똘이의 몸을 쓰다듬어 주면서 내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모습과 겹쳐졌고 또한 '나'의 마지막 모습도 비슷하겠거니... 하는 짐작.
별 의미는 없겠지만 세월이 흐르고 흘러 나 가는 날 내 옆을 지켜줄 누군가가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참으로 잘생기고 점잖았던 처음이자 마지막인 반려묘 똘똘이...
생명과 삶의 쓸쓸함과 덧없음, 그리고 불가해한 이생의 인연을 생각해 봅니다.
3월부터 시작한 영어공부로 볼펜 일곱 자루를 썼고 한달 전부터 다시 시작한 우리말 공부로 다섯 자루를 더 써서 열두 자루...
앞으로 한달 정도 더 공부하면 다섯 자루 쯤 더 쓸 것입니다.
볼펜이 휙휙 줄어들 정도로 필기하면서 단순 암기 중입니다. 껍데기 아까워서 꼭 리필심 사서 쓰는 알뜰함-???-은 헛소리고- 저렇게 구체화된 공부-??-의 흔적은 묘하게 포만감을 느끼게 합니다.
기본 흑,청,적 볼펜 말고 오래 전에 사 놓은 일곱 개의 다른 색 볼펜도 다 써서 없애야겠습니다.
봄에 결혼하게 됐다고 소식을 줬던 착한 제자가 청첩장이 나왔다고 찾아왔습니다.
아내 될 사람과 함께 만나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청첩장 안에는 저렇게 써 있습니다.
존경하는 오애도 선생님께...
선생님, 그동안 저는 많은 선생님을 만났지만 단연 선생님이 최고입니다.
군인인지라 합쇼체 언어로 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마음이 울컥!! 했습니다.
내가 말했었습니다.
나를 최고로 생각해 주는 네가 더 '최고'지...
괜찮은 인간, 훌률한 어른, 좋은 선생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하는 착한 제자들... 입니다.
이태 전 병원에서 퇴원하고 한동안, 금방 세상 등질 것처럼 이것저것 정리를 했었습니다.
그저 끌어안고 있던 많은 자질구레한 것들을 곰실곰실 정리해 없앴고 책은 한번씩 꼼꼼히 읽고 버리는 중이고 옷장도 꽤 정리했고 무엇보다도 여기저기 꽂혀 있는 빈공간의 공책들도 꽉꽉 채워 다 써 없애는 중입니다.
하여 점점 마음이 가붓해지고 있습니다.
똘똘이까지 가고 나니 당최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 번 엄니 제사 지내고 오는데 작은오라버니가 물었습니다.
넌 어떻게 잘 살고 있는 겨?
내가 대답했습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내 생애 지금이 가장 편안하고 가장 행복하고 최고로 좋은 날들이니 걱정 말라고...
어쨌거나 나에게는 누가 뭐래도 '나'가 있습니다. 50년 넘게 꾹꾹 눌러가며 마음과 정신을 꽉꽉 채워 놓은 '나'말이지요.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