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일상의 섭리인지도...

오애도 2019. 8. 4. 13:33

두 달 넘게 주말에 약속이거나 일의 행진이다.

새로 시작한 일이 주중 매일 가는 것니이까 드디어 주말 이틀이 휴일이 된 것이 두달 됐는데 딱!! 한번 한 달 전 토요일이 온전히 별일 없는 날이어서 모처럼 수영을 하고 갑자기 수영이 확!! 재밌어져서 매주 토요일엔 수영을 해야지 계획을 잡았었는데 역시 굳은 결심은 늘 깨진다.

수영은 그걸로 끝이었고 그 후 주말엔 결혼식이 있거나 친구들 모임이 있었고 공연 보는 일-지난 주는 일주일에 두편!!-, 그만둔 주말 알바도 어찌어찌 매번 가게 됐고 게다가 주중에도 닷새 중에 나흘이 약속이 생겨서 열두시 가까이 돼서야 집에 오거나 손님들이 와서 밤을 새거나 한밤중에 가는 일도 잦았다.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도 이상하게 꼬여서 한번에 끝날 일을 두 번씩 가는 일도 세 건이나 생겼다.


대부분 느닷없이 불쑥 생긴 약속들이고 일이었다.


나는 사실 전혀 활동적인 인간이 아니다. 내가 먼저 만나자는 약속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뭘 해도 혼자서 곰실곰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들을 여유롭게 하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다. 게다가 이전에 십년 넘게 학생들도 집에서 가르치다보니 일주일 내내 집에서 꼼짝 안 하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누군가 만나자고 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단 한번도 거절한 적이 없기도 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이유로 불쑥 전화해 만나자!! 혹은 집으로 갈게... 하고 쉽게 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혼자 노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들 만나는 일도 즐겁다. 


어쨌거나 그렇게 정말 온전히 하루가 '내 날'이 없었던 두어달만에 이번 토요일과 일요일은 정말 아무 약속도 없는 날이라고 굳게 믿고 토요일 오전에 그동안 설렁설렁 했던 영어공부를 빡세게 정리하고 오후에 수영을 가고 오는 길에 이것저것 시장을 봐야지... 하고 이번 주 내내 별렸다.

계획대로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불쑥 김인숙의 단편 '개교기념일'에 꽂혀서 그걸 다시 한번 다아 읽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수영 가기 전까지 모처럼 바느질을 할까 어쩔까 하는데 전화가 왔다. 지방에 사는 친구가 남편이 서울 병원에 입원해 며칠 째 서울에 있다는 것이다. 나 아플 때 생각지도 않았는데 지방에서 달려와 준 친구인지라 당연히 얼굴이나 보자...가 되어 오후에 약속이 잡혔다!!! 결국 수영은 또 땡!!이다.

전화 끊고 나는 정말 혼자서 큰소리로 이야~~ 하면서 하하하!! 큰소리로 웃었다.

어떤 현상들을 자알 들여다보면 삶이나 일상이 정말 그렇게 사소한 것조차 거부하거나 막을 수 없는 섭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병원이 목동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딱 2년전 이맘 때 일했던 논술학원 근처였다.

그 무렵 학원 수업 중 나는 사람 몸에서 이렇게 피를 쏟아도 되나 싶게 생리-하혈??-를 했는데 갱년기 증상이려니... 하고 넘겼다가 딱 한달 후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몸에 멍이 들기 시작하기 전의 증상이었다.  백혈병의 전조 증상 중에 과다월경이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병원에 입원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이번 주부터 학원에 나갈 수 없게 됐어요... 하고 학원에 전화를 한 것이었다.

어떤 기억은 그렇게 공기의 질감까지 그려낼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다.


각설하고 이전에도 며칠동안 우루루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생기고 그래서 어떤 일들이 의지와는 다르게 저절로 몰려오고 몰려가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이번 두 달은 정말 역대급이다.

 지난 2월에, 석달 동안은 영어공부에 올인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래로 초반 석달도 이상하게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는데 최근 두 달이 이렇다 보니 뭐여? 공부를 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인겨??? 하는 웃기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그만둘 생각은 1도 없고 처음 생각한 공부 밀도와 시간에 대한 계획은 많이 벗어났지만 결과는 놀라워서 꽤 버벅거렸던 수능독해가 제법 술술-뭐래??-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실, 유지치료 2년 동안은 먹고살기 위한 일-??-은 잠시 쉬고 설렁설렁 재밌는-??- 일이나 하면서 지내야지 하고 내나름 굳게 결심해 놓았었는데 뜻밖에 시작하게 된 일도 그렇고 참 알 수 없는 게 삶이다.

그러고 보니  주말을 쉬고 주중에 일하게 된 게 20년은 넘은 듯...

어쨌거나 몸은 분명히 피곤한데 체감이 안되는 터라 갤갤대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게다가 난 지금 항암제-??- 복용 중... 흠.


오늘은 평화롭게 집에서 온통 하루를 조용하게 곰실곰실 책 읽고, 영어단어 외우고 고기 구워 먹고 티비 보며  보낼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