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토요일에 영화 '내 안의 그놈'을 보다
이토록 유치한 영화를 그토록 유쾌하게 보다니... 가장 최근, 드라마의 상업적 요소들을 죄 모아놨다. 영혼의 체인지, 아이돌이 주인공이고 변신의 모티브에 흔한 출생의 비밀도 있고 어색하게 비벼지긴 했지만 코미디와 가족 휴머니즘, 방학 특수를 위해 학교라는 배경과 학생 등장인물... 스타시스템에 목 매지 않은 호감도 높은 연기파 배우들...
한달에 한 번 모임을 메가박스 영화로 시작해 우리 집에서 떠들썩하게 수다 떠는 걸로 끝났다.
열시 넘어 친구들이 돌아가고 대전 사는 친구에게 톡이 왔다.
보고 싶구나, 친구야...
나도 그래...
이번 달이 가기 전에 보자.
그래. 그러자.
하여 목요일에 친구 만나러 대전행 예약.
일욜에 아르바이트 하고 왔더니 저녁에.
쌤, 내일 시간 괜찮으세요? 2월 말에 가려고 했는데 애들이 모두 내일 시간이 된다고 해서요.
언제든 괘않다!! 지난 번에 약속한 떡볶이 해 주마.
네~~ 좋아용
그리고 하트가 미친듯이 폭발하는 이모티콘이 왔다.
어제 오전에 만두를 빚었다. 시큼한 김치 넣고 LCHF 식으로 돼지고기를 갈고 거기다 돼지기름을 반 정도 더 갈아 넣었다. 육즙 팡팡인 김치만두...
오후에 한달 전에 왔던 제자들을 위헤 약속했던 -넷- 떡볶이를 듬뿍 두 냄비나 했다. 계란도 여덟 개 삶고... 나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중이니 하나도 안 먹고 아이들... 아니고 제자들이 싹싹 맛있다고 다아 먹었다. 후식으로 몇년만에 온 제자가 사 온 고급-??- 파운드케이크를 맛있는 녹차와 먹었다. 흑임자 파운드 케이크 하나를 나는 다아 먹었다.
이제 다아 자라서 어른이 된 제자들을 보면 눈물겹게 이쁘다. 게다가 어찌 그리 나를 좋아해 준다는 말인가!!
자고 가고 싶다는 제자들은 결국, 방학이 끝나기 전에 그때는 아예 아침부터 오기로 하고 열두시쯤 등 떠밀려 돌아갔다. 돌아가고 문득 만두 먹겠냐고 물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그 며칠 전에는 아들 같은 제자에게 톡이 왔다.
저 가을에 결혼합니다...청첩장 드리러 가겠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삶을 보여줘야 하고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를 불쑥불쑥 자주 생각한다.
얼마 전에 나랑 같은 병을 진단받고 투병 중이었던 블로그 주인이 끝내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읽었다. 나와 같은 m3였고 5년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이번엔 다른 아형의 백혈병으로 재발.
그 후 1년 넘게 자신의 투병기를 재기발랄하고 유쾌하게 적어나가던 그녀는 어느 날부터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녀의 블로그 이웃들의 궁금해 하는 댓글이 달렸고 한참 후에 친구가 대신 댓글을 달았다.
제 친구는 지난 여름 하늘나로 갔습니다...
며칠동안 나는... 몹시도 마음이 아팠다.
우린 블로그 이웃도 아니었고 말을 걸어본 적도 없고 댓글로 아는 척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아직 젊은 그녀가... 홀어머니와 산다던 그녀가... 참혹하리만치 힘든 투병의 과정도 유쾌하게 풀어나가던 그녀의 재기 발랄함이, 혼자 남았을 그녀의 어머니가 떠올라 오랫동안 마음이 축축해 있었다.
나는... 죽음이 두렵진 않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누가 뭐라든 살고 죽는 것은 하늘의 뜻이고 그 뜻을 거스르며 반드시 꼭 살겠다는 욕심이나 욕망을 부리지 않겠다는 결심을 오래 전에 해 놓고 있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 놓고 보니 아무 일도 없는 매일매일이 최고의 날이고 최후의 날이다.
순간순간, 시간시간이 의미 없는 것들이 없는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