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혈병 투병기

참 좋은 날들...

오애도 2018. 12. 21. 11:23



병원 정기 검진...

가장 좋은 혈액수치

한동안 무리다... 싶을 만큼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드러나게 피로하기도 했었는데 의외의 결과다.

몸이 정상적인 면역 노릇을 하느라 그랬었나...

 빵빵한 혈색소 수치덕에 계단도 사뿐사뿐 오르는데 요즘은 1도 숨이 안 차다.

사실 정상 수치 안에 있으면 좀 높거나 낮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 이번에도 30초도 안 걸린 주치의 면담.

새해 복많이 받세요. 내년에는 아주 많이많이 복 받으셔야 합니다.

의사쌤 덕담에.

선생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하고 나왔다.

퇴원 후 병원행이 한번도 우울하거나 기분 나쁘거나 걱정된 적이 없었다.

하여 거의 매번실없는 농담을 하거나  뱅글뱅글 웃으며 간호사와 다음 스케줄에 대해 대화를 한다.

유쾌하게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하고 나왔다.

다음 진료는 내년 1월 말일...



오랫동안 유방암 투병을 하는 사촌동생이 아산병원에 입원을 했다.

뼈로 전이된 데 이어 폐로 전이되면서 항암제 내성으로 더 이상 기존 항암제를 쓸 수가 없어 임상에 참여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임상이므로 사실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진료 끝나고 만나서 직원식당 보호자석에 앉아서 커피를 마셔가며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뭐 우린 둘 다 캔서르~ 환자인 주제에 목소리 크고 시끄럽고 씩씩하고 유쾌하다-

야야, 내 주위에 유방암 걸린 가까운 사람들 너말고도 많고 모두들 다 나아서 완치판정 받고 씩씩하게 살고 있다. 한사람도 하늘나라 간 사람 없다. 그러니 걱정 말그라.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너는 나을 겨. ㅋㅋ

떠들다 결국 방송으로 임상환자 아무개씨는 병실로 복귀하시오... 라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킬킬, 하하거리며 헤어졌다.


하여, 착한 동생 수영아.

이번 임상약에 말한 대로 유방암계의 아트라-베사노이드-일 수도 있다.

가장 위험한 백혈병 아형을 가장 안전한 아형으로 만든 M3 항암제...

누가 뭐라든 우린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건한 인간들 아니겠냐.

힘내라...

하이파이브를 하고 헤어져 돌아오면서 그럼에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



다시는 퀼트에 관한 것은 지금 있는 천 없애기 위해 필요한 거 빼고는 사지 않겠다고 결심해 놓고 충동적으로 산 부엉이 패키지...

 우리말에 '부엉이살림'이라는 낱말이 있다.

부쩍부쩍 늘어나는 살림을 일컫는 말.

그래서 부엉이가 부귀를 상징한다는 속설이 있는 건가...

귀여운 부엉이 커플.

그러나 나는 부엉이 커플이 아니어도 부귀하게 산다.

생각이 부자고 마음이 귀하게... 하하하.




착한 제자들이 불쑥, 쌤 보고 싶어요~ 찾아 뵐게요~ 해서 마음 설레며 기다리는 중...

내 삶에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 다섯 가지 중에 네 번째...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졌었-??-다는 것.


가장 잘 한 선택은 내 어머니와 마지막을 함께 지낸 것.

울엄니 보고 싶다...


어젯밤 다섯 시간 넘게 통화한 친구가 마지막에 말했다.

언니 목소리가 언니 만난 이래 가장 아름답네... 멋진 사람이예요.


고마우이.

이 이상 어찌 더 마음 가볍고 행복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