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고~
오늘은 돌아가신 엄니 생신입니다.
작년에는 어버이날 근처에 다녀왔으니까 올 해는 생신날에 이쁜 꽃 한다발 들고 가야지... 마음 먹고 있었지요.
엄니 계신 곳은 청주 시내에서 하루에 네 번인가 밖에 버스가 가지 않아서리 그 시간 맞춰 고속버스에서 내려야 하는 터라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알람까지 맞춰놓고 잤습니다.
그런데 어? 분명 알람을 맞춰놨다고 생각했는데 깨고 보니 한시간이나 늦게 깨고 알람은 울리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근래 들어 잠자는 것이 힘들어서 간신히 한 두시간 씩 자는 게 고작이었는데 새벽에 잠들어 푸욱 죽은 듯이 잤습니다. 일어나니 온 몸이 녹작지근 묵지근... -어제 너무 과하게 운동에 시장보러 이마트 행- 그래도 부지런히 일어나 어제 사온 지방 듬뿍 쇠고기 등심 넣고 미역국 끓이고 한달만에 흰쌀밥도 지어 엄니대신 먹고 부랴부랴 출발... 가뜩이나 늦었는데 전철 타러 가는 동안 자꾸 운동화끈이 풀어져 여러번 매게 하더니 지하철은 도착하니 바로 내 앞에서 출발, 몸은 이상하게 힘들고... 문득 드는 생각이 오지 말라는 엄니의 싸인인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스스로와의 약속이니까 가야지... 했는데 터미널 지하철역에 내렸을 때는 반드시 타야 하는 고속버스는 시간이 아슬아슬한 상태.
그래 그럼 다른 차 타고 가지... 그런데 아뿔싸!!! 아무리 찾아도 교통카드지갑이 안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큰 지갑 꺼내는 게 귀찮아 자주 쓰는 카드-은행 현금카드, 신용카드, 병원진료카드-와 함께 선정릉 갈 때 주민등록증이 필요해서-오백원 할인- 그것도 옮겨 넣어놔서 웬만한 카드들은 다 들어 있는데 말이지요.
그때 알았습니다. 아하~ 오늘은 움직이지 말라는 얘기구나... 엄니가 오지 말라는 것이구나...
터미널 전철역에서 개찰을 하지 않고 반대편 전철을 타고 돌아오려는데 카드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는 못 받았고 다른 카드사에는 문자가 왔습니다. 분실된 카드가 있어서 정지됐다고... 오잉?? 난 분실신고 한 적 없는디... 그렇다면 누군가 주워서 역사무실에 맡겨 그쪽에서 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흠...
선정릉까지 다시 와서 역사무실에 물어봤더니 동작 역에 유실물 센터가 있다길레 전화 했더니 지금은 들어온 게 없고 하루가 지나야 그 쪽으로 온다고... 그렇다면 내가 삼성중앙역에서 탔고 신논역에서 갈아탔고 터미널 역에서 내렸으니 신논현역 아니면 터미널 역일 텐데 터미널 역에서 누군가 주워 맡겼기엔 연락받은 시간과는 너무 밭으니까 신논현역이겠지 싶어서 다시 신논현역으로 갔습니다. 여차저차 누군가 신고를 한 것 같다 했더니 여기는 들어온 거 없고 카드사에 전화해서 어디서 정지 신고가 들어왔는지 물어보면 될거라고 했습니다.
아항!!! 카드사에 전화했더니 삼성중앙역-우리 동네-... 내 앞에서 전철 출발하고 의자에 앉았는데 그때 떨어뜨린 모양입니다. 주민등록증이 있어서 그나마 담장자가 카드사에 신고를 할 수 있었겠지요. 참 좋은 세상입니다!!!
하여 카드들은 무사히 찾았고 정지된 카드들 다시 풀어야 합니다. 에고고... 하여 아침 내에 정신없는 오디세이였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참 다행이지요.
나이 먹으면 예감이나 직감이 귀신같이 맞아떨어집니다. 아침에 한 시간 늦게 일어났을 때 어째 이상하다~ 싶었는데...
안 그래도 몸이 지나치게 힘들어서 만약 오늘 갔다왔다면 쓰러졌을지도 모릅니다. 하하.
하여 엄니가 토닥토닥 다음에 오라고 하신 모양입니다. - 어제 그제 과하게 운동도 했고 6주 넘은 다이어트 덕에 체지방 쑥쑥 내리고 있음.-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비로소 온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픕니다. 고기 구워 먹으며 잘 쉬어야겠습니다.
고맙소, 엄니, 그리고 잘 계시소. 다음에 좋은 컨디션으로 가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