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사흘 전에 사촌 동생이 있는 요양병원에 놀러-??- 갔다가 어제 돌아옸다. 풍광 좋은 데 가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양평쪽으로 신나게 드라이브도 하고 이틀 동안 잘 놀았다.
잠자리가 바뀌어서도 그랬겠지만 내가 입원해 있었을 지도 모를 병원에서 묵었던 이틀동안 거의 새고 돌아와 정말 초저녁-7시??- 쯤부터 자서 오늘 새벽 여섯 시 반까지 숙면. 물론 중간중간에 깨긴 했지만 근래 몇년 들어 가장 오래 자알 잤다.
뭐 여하간.... 이틀 자고 돌아오니 똘똘이가 청승맞게 항의와 불만 섞인 울음을 운다.
병원에 한달 넘게 입원해 있을 때 혼자 있던 기억 때문인지 이후 좀 늦거나 하룻저녁 집 비우면 이것저것 불안 증세를 보인다.
유난히 많이 토해놓거나 털을 뜯어 놓거나 엉뚱한 데 오줌을 싸 놓거나... 버림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있는 걸까? 나란 인간이 동물한테 썩 곰살궂은 성격이 아니라 굉장히 쿨하게 대하는데도 없으면 불안한가 보다.
그래도 주인이라고 믿고 의지를 해주다니 고맙다. ㅋ
지난 주말에 티비에서 하는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를 재밌게 봤다. 사실 영화는 잘 안 보지만 어린이 애니메이션인 뽀로로나 마샤와 곰... 이런 것은 좋아하는데 시달리지 않고 유쾌하고 따뜻하고 마음이 가볍기 때문...
마샤와 곰에서 곰이 살고 있는 숲속 오두막 같은 집은 어릴 때부터 내가 꿈꾸고 살고 싶은 집이다. 숲속에 오두막이 있고 현관 앞으로 길이 나 있고 양쪽엔 꽃나무들이 있고 길은 숲으로 이어지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무로 만든 테이블이 있고 쿠키상자나 잼이나 과일절임이 담겨 있는 병들이 선반에 놓여 있고 그 테이블 앞에서 누군가 바느질을 하거나 뜨개질을 하고 손님이 오면 따뜻한 차나 코코아를 대접하고 함께 마시는 장면이 손에 잡힐 듯 떠오르는데 난 전생에 어쩌면 미국 동네의 숲속에서 살았던 컨트리 여인네일지도... ㅋㅋㅋㅋ
사실 우리 나라는 산이 많아도 '숲'에서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전에 미국 여행 중에 차 타고 다니면서 봤던 것은 산이 아니라 그저 평평한 길에 키 큰 나무들이 빼곡한 숲들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때 깨달았었다.
아항!! 산과 숲은 저렇게 다른 것이구나...
그 평지의 숲을 가르고 물 많은 내가 흐르고 있었는데 정말 맑은 물이 콸콸이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그런 강물-??-
땅덩이가 크니 냇물의 스케일도 크구나 했었다는...
굿 다이노에서...
그런 대사가 있었다. -누구 대사였더라....-
자연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지. 그 두려움을 없앨 순 없지만 견뎌낼 수는 있단다...
그것은 어쩌면 이렇게 바꿔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지. 그 두려움을 없앨 순 없지만 견뎌낼 수는 있단다...
나는 진심으로 두려워했던 것이 있었을까?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면서 크게 걱정되거나 두려운 것이 별로 없었는데 어쩌면 그게 가진 게 없어서 그럴 지도 모른다. 높은 지위나 큰 재산이나 남편이나 자식이 없으니 더이상 잃거나 헤어질 걱정이나 두려움이 있을 리 없다는 좀 궤변적인 깨달음. -뭐래??-
어쨌거나 그렇게 앞으로도 두려움 없이 그저 '나'를 다스리며 사는 삶을 살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