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17. 10. 28. 22:27

에 걸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기분 나쁘게 기침이 났다.

기침할 때 인후 쪽이 아니라 저기 폐 쯤에서 깊게 나는 느낌... 가슴이 좀 아팠고 숨이 좀 찼다.

주섬주섬 챙겨서 예전에 살던 동네 내과엘 갔다.

다음 주 화요일에 항암에 들어가면 면역력이 바닥으로 내려갈 거고 폐쪽에 문제가 있으면 심각할 거 같아서 그 전에 처치를 해야할 거 같았다.

지난 주에 외래 갔을 때, 감기 기운이 있는 거 같아서 주치의에게 물었더니 괜찮다고... 동네 병원 처방 받아 먹어도 괜찮냐고 했더니 그것도 괜찮다고...

완전 정상인 취급이었다.

뭐 혈액검사 수치는 사실 최고다. 백혈구도 적혈구도 혈소판도 호중구도...

어쨌거나 항생제 3일치 받아왔다.

처방전에 나와 있는 약들 중에 안 먹어도 될듯한 중복된 약들은 빼고 먹었다. 쓸데 없이 너무 많은 종류의 약. 기침약도 캡슐이랑 시럽이랑 두 종류, 열은 없는데 해열진통제...  -요샌 약효나 주의사항이 약봉지에 자세히 나와 있다-

기본 여섯 종류...

사실 나는 그동안 감기 걸리면 그냥 약국에서 대충 약 사먹고 말았다. 콧물 나면 콧물약, 열 나면 해열제, 초기 감기거나 목 아프면 프로폴리스나 소금양치 하고 목에 스카프 감으면 대충 낫는다.

어차피 독감 아니고 감기는 대증요법일 수밖에 없다.  

 나란 인간이 내 나이에 항암 하면서 심한 몸살감기 정도의 부작용에 주치의도 놀랄 정도-아니면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할 정도의- 회복력을 보인 건 누가 뭐라든 그동안 약과 병원을 남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번 주치의 면담 때 내가 물었다.

제가 엄청 건강한 거지요?

일초도 생각 안 하고 의사가, 그렇습니다... 했다.

급성백혈병은 사실 이전의 건강상태와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러나 암은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회복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면역력일 것이다.

 다행이 나는 두통도 거의 없는 편이고 고혈압도 당뇨도-이건 굉장히 무서운 기저질환이다. 어떤 병에도 치료에 걸림돌이 되는...- 심장 이상도 배탈이나 설사도 거의 없는데다 피로나 피곤에 시달리지도 않았고 열도 그다지 나지 않는 체질이다.

응급실에서 문진할 때 대답하면서 그 와중에, 말처럼 튼튼하지 않아요? 했었다. 그 말에 젊은 의사가 웃었다.


그리고 나는...내게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잘 주어진 것에는 늘 감사해하며 살았다. 함부로 단정하는 건방이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라 진심으로... 건강해줘서 고마워. 내몸... 이런 식으로

 

오랜만에 만난 의사에게 제가 백혈병 진단을 받았어요. 하하

했더니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냐고 물었다.

뭐,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요. 아직 치료는 남았지만 어쩌겠습니까. 하하

그렇게 긍정적이니 잘 나을 거예요.

나는 빙그레 웃었다.


내가 내 병에 대해 긍정적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냥 별 느낌이 없는 게 맞는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처방해 온 약을 점심 저녁 두 번 먹기는 했는데 이걸 계속 먹어야 하나 고민이다.

 느낌에 감기는 거의 나은 듯하다. 흠... 백혈구가 열일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