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오애도 2017. 2. 20. 21:25

어떤 일들은 늘 몰려오고 몰려간다.

지난 주말엔 결혼식이 두 개나 있었고 오전엔 사진전에도 갈 일이 있었는데 모두들 이제는 졸업한 제자들의 행사였다.

토요일 오전 사진전은 중학교 3년 동안 나와 인연을 맺었고 한남동-우리 집에서는 멀다-에서 시험기간이면 주말마다 와서 열두 시간쯤을 나와 지냈던 아이.... 국제 고등학교에 진학을 한 터라 더 이상 나와의 공부가 필요치 않게 되었다.

 그 아이 어머니가 아마츄어 사진작가인 터라 사진 전시회가 있어서 겸사겸사 영어선생과 함께 갔었다. 모처럼 아이도 만나고 이런저런 유익한 얘기도 나누고 점심도 먹고...

저녁엔 제자였던 아이가 청년이 되어 결혼식을 치렀다. 역시 어머니와 각별한 사이인지라 참석했다가 같이 공부한 당시 아이들을 10년만에 죄 만났다. -그 다섯 모두 서로 친구들이었다.-모두들 훌쩍 참 예쁘고 씩씩한 청년이 돼 있었다. 그때 한 제자가 말했다.

선생님 반성 많이 했어요. 그때 말 안 들었던 거...

괜찮다. 그때 너희들은 나라를 지키는 중 2 아니었냐? ㅋㅋ

더불어 학모님들과도 떼로 재회... 그 자리에서 다음 날 결혼하는 말하자면 그날 결혼하는 신랑의 선배이자 친구 누나이자 내 제자 소식을 들었다.

그때 특목고 입시학원에서 인연을 맺었던 제자는 특목고에 가는 대신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었다. 방학 때 집에 다니러 오면 시간 내서 여기저기 여행을 갔었다. 밤기차 타고 갔던 경주, 영주 부석사도 갔었고 생각해보니 춘천에 가서 닭갈비도 먹고 왔었다. 그리고는 소식도 끊어지고 그리고 마침내 결혼식 전날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신부에게 환호성을 담은 전화가 왔다. 엄마한테 듣고 바로 전화한 거라고... 선생님 너무 보고 싶었다고... 이야 반가워해줘서 내가 더 감동이다... 라고 얘기해 줬다. 내 생애 최초의 기차여행이 선생님과 함께였어요...

하여 다음 날 결혼식에 갔다. 신부는 아름다웠고 감동적일 만큼 반가워했다. 그리고 내 동생 결혼식에도 안 찍은 사진을 굳이 찍고 싶다고 해서 찍었다. 이게 몇년만의 사진인가...

결혼식은 화려하고 웅장해서 인상적이었는데 온통 장식된 꽃이 생화여서 끝나고 몇송이 뽑아왔다. 참 예쁘고 탐스러운 수국 네 줄기...




그러고 집에 오니 또 한참 전에 졸업한 제자한테 연락이 왔다.

선생님 조만간 찾아 뵐려고 하는데 괜찮으세요?

뭔 날인가??!!

그래 괜찮어 시간 되는대로 오니라...


사실 그동안 주말엔 격주로 지난 해 졸업한 제자들이 찾아와 밤 늦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간다. 제자는 뜨개질을 하고 나는 떡볶이를 만들어 주면서 더러 프랑스 혁명과 로베스 피에르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제자는 뮤지컬 배우 얘기를 하고 나는 주원 군 얘기로 새새거린다. 프랑스 철학자들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기도 하기도 하고... -갑자기 제자 아이가 프랑스 혁명과 로베스 피에르에 홀릭을 해서 덕후가 되려는 찰나인지라...-


학생들 가르치는 일은 이제 거의 폐업 수준인지라 뭔가 다른 길을 모색 중인데 저축해 놓은 돈 쓰는 것처럼 예전 제자들과의 관계는 대단히 흐뭇하다.

 모두들 하나같이 이쁘고 흐뭇한 건 내가 나일 먹어서일까?


사실 과외선생은 끝나면 그만인 관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간에 그만둔 아이들은 뭔가 거래를 끊었다는 머쓱함-??- 때문인지 열린 마음으로 찾아오기가 어린 마음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아 커서 문득문득 선생님 잘 지내세요? 하면서 인사를 해 오면 어찌 아니 흐뭇하지 않겠는가!!


늘 생각하지만 그 착한 제자들한테 그저 좋은 어른, 괜찮은 선생, 부끄럽지 않은 인간... 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