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신발을 보내며...

오애도 2016. 12. 19. 19:07

며칠 전에 엄니 49재가 있었습니다.

엄니 계시는 납골당에 들러, 엄니, 괜히 그곳에서  자식들 도와준다고 애쓰지 마시고 편히 계셔요...하고 인사를 하고 왔습니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그쪽 세상에서도 많은 덕을 쌓아야 하고 열심히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얘길 오래 전에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생의 삶이 신산했던 내 엄니가 그쪽 세상에서도 고달프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지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에 나는 비로소 혼자라는 사실이 뼛속까지 실감이 났습니다. 이상하게 서럽고 서러워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열네 살에 엄니 떠나 살면서도 나는 서러워서 울어본 적이 없었고  엄니 보고 싶어 징징거려본 적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날 나는 그 어릴 때 집 떠나와 느껴야했던 서러움이 폭풍처럼 밀려왔습니다. 비로소 고독하고 고독했습니다.

49재가 끝나면 비로소 이생의 인연은 다아 끝나는 것이라던데 그래서였을까요?


엊그제 대학 동기 모임이 있어서 친구가 지방에서 올라왔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자고 문득 운세나 보러가자... 가 돼서 점집엘 갔었지요.

지난 가을 엄니 시골로 가시고 심란해서 찾아갔던 곳이었습니다. 그때  그 무당이 묻기도 전에 엄니는 두 달을 사실 거라고 했었는데 정말 엄니는 딱!! 두달을 살고 가셨습니다.

그러면서 이분은 이미 삼년 전쯤에 그리고 중간에... 마지막으로 음력 유월쯤에 이미 세 번이나 돌아가실 분이라고도 했습니다. 다만 누군가 너무나 애절하게 붙들고 있어서 지금까지 버티신 거라고...

사실 난 그말을 안 믿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엄니는 물리적으로 걷지 못하는 것 빼고는 다아 건강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  여자가 말했었습니다. 이제 엄니는 왼쪽 가슴에 품으라고...

 왼쪽 가슴에 엄니를 품고 나는 그 여자 앞에 앉았습니다. 친구 운세 보러 간 것이어서 나는 별로 궁금한 것도 없었던 터라 그냥 나올 생각이었는데 정말 어쩌다 보니 운세를 묻게 되었는데,

 엄니 돌아가셨네... 돌아가신 분이 도우려고 작정을 하고 계시니까 뭐든 해봐요. 두 가지 일을 하겠네.

그리고 혹 유품 중에 신발 있으면 빨리 없애요. 그거 땜에 나아가는데 지장 있고 배-하고 자궁쪽-가 아프네. -사실 엄니 내려가시고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심하게 여러번  하혈이 있었다는...-  

 그말을 들으면서 나는 우리말 겨루기 상금으로 제일 먼저 사드렸던 크록스 겨울 신발이 떠올랐습니다.

사서 한번도 안 신은 신발은 친구 엄니 신으시라고 보냈고 그동안 신었던 신발 서너 켤레는 지난번 삼우재 때 엄니 다른 유품들과 같이 태웠는데 그 신발은 그 나름 의미도 있고 그거 신고 운동하시던 엄니 모습이 떠올라서 빼놨었지요.  

그러면서 신발장을 열 때마다 저걸 어쩌나... 잠깐 고민은 했었습니다.

 결국 오늘 아침에 이리저리 고민하고 알아보다가 엄니 유품 소각했던 곳에-장례문화연구소였다- 전화를 해서 얘길 했더니 택배로 보내달라고 하면서 겨울이니까 신발만은 안 되고 양말도 함께 태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발장을 열어보니 그 신발 말고도 이전에 사드린 털신 한 켤레가 더 있었습니다.-그 무당 참 용하네- 두 켤레를 상자에 담고 엄니 신던 양말-그동안 내가 신었던- 네 켤레를 함께 넣어 택배로 보냈습니다.

 처음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아부지 산소에 가서 태울까 아니면 엄니 계시던 시골집에 가서 태울까 고민이었는데 결국 엄니 가신 같은 곳으로 보내게 된 것입니다.  엄니는 그 신발에 정말 착이 있으셨는지도 모릅니다. 

  그 무당이, 한 돈 만원 주고 태워... 했는데 소각비가 정말 만원이었습니다. 흠...

낮에 택배 상자 들고 가면서 나는 말했습니다.

 엄니, 부디 잘 가시오. 편안하게...

그러면서 또한 생각했습니다.

 다음 생에는 엄니...  저 산속에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 무리 지어 피는 들꽃이나 아니면 깊은 산속 계곡의 맑은 물에 역시 무리 지어 사는 물고기 중의 각각 하나로 태어나 나란히 피어나고 나란히 헤엄치는 관계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소박하고 겸손하게...

그러면 이렇게 헤어져서 시시때때로 문득문득 슬퍼서 가슴 움켜쥐는 일은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