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했다. 토닥토닥...
엄니 내려 가시고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요양원에 계시면 가끔 엄니한테 가려면 이것저것 싸들고 가야할 것 같았고 때로는 엄니 모시고 나와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몇 해전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뭐 심심한데 한번 해볼까 생각만 하다가 가끔 문제집 사와서 보다 보면 자동차의 구조... 뭐 이런 것들부터 공부하다가 그만두고는 했었다.
그렇지만 사실 대한민국의 서울에 살면서 나마저 교통체증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문만 나서면 도처에 거미줄같은 대중교통의 메트로시티에 살고 있는데 뭐 아쉬울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엄니 삼우재 끝나고 돌아와서 아무생각 없이 며칠을 보냈다. 엄니한테 가기 전에 과하게 하혈을 한 후유증 탓에 어지러움과 메스꺼움과 숨참과 피로에 시달렸다. 병든 닭처럼 자도자도 피곤했다.
나는 엄니한테 유산-??-을 받았다. 그것의 사분의 일을 과감히 잘라서 금반지를 하나 샀다. 서울로 돌아온 첫날 이상하게 그냥 금반지를 하나 사고 싶었다. 엄니가 내게 주시는 거려니... 생각하기로...
그걸 사러 종로에 나갔다가 빈혈약 한 달치를 사왔고 매일매일 쇠고기며 닭고기 따위를 먹었다.
그러면서 문득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을 뒤졌더니 누군가 집에서 공부해서 장내기능시험까지 한번에 패스했다고 해서 그대로 해보기로 했다.
사실 예전에도 잠깐 시도했다가 공부만 하고 그만뒀는데 그때 봐둔 기억도 났고 해서 한 이틀 열심히 동영상을 다시 봤다.
어제는 가서 사진을 찍고 인터넷으로 안전 교육 미리 신청해 오늘 아침 열한 시에 듣고는 바로 신체검사하고 학과시험 보고 기능시험까지 한큐에 끝내고 연습면허증 받고 돌아왔다. 뭐 이 나이에 운전대 한 번 안 잡고 순전히 이론과 감-??-만으로 딴 내가 갑자기 대견스러워졌다.
나란 인간이 시험 이런 거엔 지독히 안되는 인간인지라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애초에 시도조차 안 해본 거였는데 의외다. 이 기세로 주행시험까지 패스하면 내게는 최초로 주어지는 국가공인기능자격증이다.
어쨌거나 나는 독학의 귀재-??-다. 혼자서 스스로 알 때까지 곰실곰실 공부하는 것이 적성에 맞기도 하고...
세상은 그러나 사실 도처에 스승이 있다. 배운다는 것은 반드시 훌륭한 사람들에게서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를 배우고 탐욕과 거짓과 이기심으로 가득찬 사람을 보면서 '나'를 단속하면 된다. 훌륭한 사람들 보면서 저렇게 살아야지... 는 어려워도 형편없는 사람들 보면서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는 생각보다 쉽다.
운전면허 시험장엔 젊은이들로 바글바글이었다.
나랑 나란히 앞뒤로 같이 시험봐서 합격한 젊은 청년이 나보다 더 뿌듯해하는 걸 보면서 참 구여웠다.
그런 의미로 나는 많이 늙어가고 있는 것인가...
다음엔 6개월 계획으로 영어 자유롭기 말하기 뭐 이런 거에 도전을 해볼까 생각 중...
매일매일 그리고 순간순간 아직은 엄니 생각을 한다. 아프진 않지만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이 자꾸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