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시간의 문제였군

오애도 2016. 3. 1. 15:57

두부랑 바나나랑 갈아 먹은 지 두 달이 지났고 당근 토마토 등등 삶아서 갈아 먹는 해독 쥬스 먹은 지도 두 달... 체중은 4Kg 쯤 줄었다. 운동은 전혀 못했고 엄니 덕에 땀 뻘뻘 흘리는 노동이 운동의 대타 역할을 했는지 여하간 눈에 띄게 지방이 빠지고 있다. 뭐 워낙 안 보이는 곳에 많이 축적된 터라 오로지 나만 느끼고 있는데 여기에 운동만 좀 더 하면 금상첨화가 되겠지만 일단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은 무서우리만치 빨리 흐르고 결국 어떤 것들은 욕심이나 초조함, 혹은 조바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인 것이다.   한 달에 이킬로면 일년이면 24킬로... 그런데 이상하게 다이어트라는 걸 결심하게 되면 뭐 일주일에 이킬로씩 쑥쑥 빼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은 그야말로 아사 직전까지 가야 가능한 일이다. 사실 살이 쪘다는 것은 그야말로 먹는대로 살로 가는 건강한 식욕과 건강한 대사 능력을 가졌다는 뜻인데 그 건강을 짓밟아야만 하는 것이다.

 뭐 여하간...

현미밥 끊고 일반 잡곡밥 먹기로 결심하고 그날 바로 실행했던 것인데 어느덧 두 달이 지났고 별 스트레스 없이 잘 실천하고 있다. 나란 인간이 어떤 것들엔 강박이 있을 만큼 철저하게 실천하는 경향이 있는지라 아직은 자알 되고 있다.  백프로 현미밥도 두 해 정도 먹었으니까 그렇게 두 해 정도는 잘 하게 될 것이다. 시간은 쏜살같아서 금방 지나갈 것이고 나는  제법 날씬해지는 대신 늙을 것이다.  ㅋ

얼굴살이 두드러지게 빠져서 실실 늘어지고 있는데 뭐 시간이 지나면 다시 탱탱해지지야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제자리로 돌아가겠지. ㅋㅋ. 문제는 뱃살이 빠지면서 꼭 치마 입은 것처럼 늘어지는데 옷 입으면 안 보여서 다행이다. 하하하.  망할 중력이라니... 나중에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있어지면 수영을 다시 할 생각. 문득 수영장 가고 싶다.


 엄니는 오늘, 휴일에 처음으로 데이케어센터에 가셨다.

집에서 운동 같이 하고 이것저것 잘 드시게 하겠다고 주말, 휴일엔 안 보냈는데 오늘은 굳이 가겠다고 하셔서리...  덕분에 나는 괜히 날건달처럼 설렁설렁 한다.  

 재가 급여로 받은 요양등급을 시설 등급으로 변경신청을 해 놓고 기다리고 있다. 심사가 엄격해져서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만약 변경이 되면 바로 시설 입소를 해야 한다는데 생각만 해도 영 마음이 무겁다. 정말 울엄니가 그럴 정도인가...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 내 믿음은 정말 부질없는 것일까...

 어젯밤에도 참 힘들게 잠드신 엄니... 만약 시설에서 그렇게 힘들게 잠 드실 때 느낄 엄니의 소외감과 상실감을 나는 짐작만으로 아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몫의 삶이 있는 것이고 어쩌면 그것은 엄니 몫인지도 모른다. 누구도 대신 져 줄 수 없는...

내 마음은 그러나 옳고 그름의 문제도 선함과 선하지 않음의 문제도 아닌 21세기의 강제로 늘어난 생명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삶의 무게에 대한 쓸쓸함일 뿐이다.

 

어떤 것의 해결도 어떤 일에 얹혀지는 고뇌도 결국 그렇게 시간의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