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16. 2. 15. 20:52

만두를 만들었다. 지난 그믐날 사온, 간 돼지고기를 처치하기 위해 당면을 사고 두부를 사고 신김치를 다져 넣고 혼자서 부엌 싱크대 앞에서 빚었다.

살짝 얼려서 달그락거릴 때 비닐 봉지에 담아 넣어두고...


몇 개를 쪘다.

집에서 만든 소박한 김치만두 맛... 돼지고기가 기름기가 전혀 없는 부위라서 그런지 감칠맛은 좀 떨어지지만 대신 담백하다.

엄니는 집에서 만든 만두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데 대신 갈비만두는 잘 드신다. 약간 달착한 맛때문일 것이다.

달착한 양념치킨도 잘 드시고 피자도 좋아하신다. 집에서 첨으로 썬 떡으로 달착하고 매콤하게 만든 떡볶이도 잘 드시고...

입맛이 어린애가 되신 듯...

하여 만두는 나 혼자 먹게 될 것이다.




고 3 아이들을 위해 필통 두 개를 만들었다.

중 2 때 만들어준 필통이 너덜너덜해졌는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잘 써보겠다고 했는데 정말 처참해서 볼 수가 없었다.


일부러 다른 무늬와 천으로 만들었는데 취향이 겹치지 않아서 잘 나눠 가졌다.


너덜너덜해진 제자 아이의 필통... 선생님이 만들어 준 거라고 애지중지 반드시 졸업 때가지 쓰고야 말겠다는 아이가 이쁘고 고맙다.

나는 무슨 복이 많아서 정말 보석같은 제자들이 이렇게 많을까? 어렵고 복잡한 일이 생기면 그래도 선생님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하고 찾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돌아가는 졸업한지 한참된 제자도 있고, 불쑥 딩동!! 벨 소리에 나가 보면 이거 홍대 앞에서 파는 굉장이 맛있는 타르트예요~ 쓰윽 내밀고 가는 건장하고 착한 성년된지 한참 된 친구도 있다.

난무하는 선생들의 세상에서 살고 있음에도 한낱 과외선생에 불과한 나를 생각해 주는 그들은 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자 축복이다.




자~~~~ 그렇게 살아지는 혹은 살아내는 날이 되고 있다. 문득 모퉁이 돌면 무언가 새로운 보따리가 놓여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드는 요즘이다.


퇴근하신-??- 엄니는 주무시는 모양이다. 일찍 주무시믄 안되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