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 주절...
오늘 밤에 엄니는 잘 주무시려는가보다. 어젯밤 밤새 난 엄니와 씨름...
나: 엄마 고마워. 엄니랑 빨리 헤어지게 하려고 일부러 이러시는 거지? 내가 결심을 못하니까 제발 그만두라고...
뭐 이런 넋두리하고 네시 쯤 잤다.
낮에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서 다섯 시간 정도 있다가 돌아왔다. 돌아오려고 차에 타는 순간부터는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불안하다. 혹시 넘어져 계신 건은 아닌지... 분명 옴짝달싹 못하시는데 혹시 일어나려다 헤드 테이블로 쓰는 컴퓨터 책상 사이로 머리 박고 쓰러져 계신 것은 아닌지...
현관문 밖에서 내 이름 부르는 소리 들리면 거의 그런 상황.
다행이 아무 일 없이 고대로 목석처럼 앉아 계셨다. 어제 저녁에 발등 부분에 약간의 골절이 있어서 발은 퉁퉁 부어 오른 채로...
연민과 피로와 그래도 밖에 날씨 엄청 추운데 따뜻한 내 집에 와 계신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끓었다.
나는 입안이 헐었고 아침마다 손이 붓는데 엄니 운동 시키면서 모처럼 근육 운동 제대로 하는 느낌. 이 겨울에 땀을 비오듯 흘린다. 하하하. 덕분에 어깨선이 제법 날렵해지고 있다.
얼마 전에 주역이라는 것을 보러 갔다. 이것저것 묻고 마지막으로 내 건강을 물었다. 뭐 지금까지 건강 따위를 궁금해하거나 물어본 적이 없었는데 나도 나일 먹었나 보다.
해석은 도둑인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청혼하라 온 거다... 라는 괘가 나왔다.
내 나름 해석을 해 보면 울엄니 땜에 물리적으로 힘든 게 도둑인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쑥쑥 살이 내리는 은혜-??-를 베푼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하하. 엄니랑 하루에 한번씩 사이좋게 두부 셰이크도 갈아 먹고 -나는 주식, 엄니는 간식- 해독주스라는 것도 열심히 만들어 먹고 하는데 머 엄니보다는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그러다가 니가 먼저 가는 수가 있다는 말이 들려서리...
뭐 인명은 재천이고 나는 분명 어느 부분에서는 신에게 기막히게 사랑받는 인간인지라 그런 공포는 없다. 이건 건방이나 자신이 아니라 감사함에 대한 진술이다.
DC 인사이드 갤러리에 들어가 열심히 눈팅을 하는데-드라마 갤러리가 주가 되지만...- 그 동네 정말 재밌다. 일반적인 사회적 서열 즉 성별이나 나이 계급-??- 따위를 떼고 떠드는 모습들이 정말 파닥파닥 생기로 넘쳐난다. 그야말로 평준화-??-의 자유가 어느 땐 광란처럼 넘쳐나는데 그 속에서 그 나름의 질서가 서슬처럼 빛난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데 드러나는 각자의 개성들도 재밌고 촌철살인적이거나 한없이 재기발랄한 드립들 속에 드러나는 가히 전문적인 지식들도 놀랍다.
나는 종종 별거 아닌 사소한 댓글에 영혼의 무게를 다아 덜어내고 순수하고 순수하게 웃음이 터질 때가 있다. 개그프로그램 보고는 웃어본 적 없는데 정말 혼자 빵 터져 클클 킬킬 웃어댄다.
그리고 느낀다. 글이라는 게 얼마나 살아 있는 것인지... 익명성의 뒤에서 드러내는 한 줄 글에 영혼의 크기나 정신의 깊이나 마음의 넓이가 얼마나 첨예하기 드러나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그런데 곳에 들어간다고 하면 인식이 별로라고 하던데-왜인지는 모른다. 얼라들한테 물어봤더니 점잖은 동네도 아니고 패드립 따위가 많아서라고...- 나는 뭐 상관없다. 어쨌거나 내 생활의 유쾌한 활력.... ㅋㅋ
자야겠다. 엄니는 무사히-??- 잘 주무실 듯...
2월의 반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