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까 저럴까...
슬슬 걸어나가 쿵푸팬더 심야영화를 볼까 망설이는 중입니다.
엄니는 어제에 이어 일단 잠이 잘 드셨습니다. 또 모릅니다 새벽 두시 쯤 깨서 밤새 나를 부르실지...
지난 일요일 밤에는 그렇게 꼬박 밤을 샜습니다. 엄니도 나도... 자꾸 그러면 나 밤중에 나가서 안 들어올겨~ 하고 협박-??-을 해도 엄니는 그냥 괜히 끙끙 소리를 내거나 내 이름을 부르거나 하십니다. 도대체 왜 그러냐고 하믄 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다신 안 그러겠다고 하시고선 십 분도 안 돼서 또 그러시고... 이틀에 한 번은 그렇게 밤새 퍼포먼스를-??- 합니다.
그저께 밤을 새운 덕인지 어제는 자알 열두시간을 주무셨습니다. 나는 실실 영화를 보러 가려다 생각해보니 나도 밤을 샌 것입니다. 그래서 열 두시도 되기 전 일찍 잤습니다.
오늘은 또 영화를 보러갈까 망설입니다. 별로 시달리는 영화는 안 좋아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가 좋은 것은 크게 힘들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쾌한 팬더 군 포던가요? 구여운 캐릭터지요. 제자 아이가 1편에 나온 거북이가-우그웨이??-나랑 굉장히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우그웨이는 복숭아꽃이 눈보라처럼 지던 날 세상을 떠나는데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야 거북이는 아니니까 천년을 살진 않겠지만 그렇게 스스로 죽음을 알고 평안하고 멋지게 죽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하하.
어린이 영화-??-답지 않게 꽤 철학적인 화두가 실려 있었지요.
나가려고 보니 머리도 감아야 하고 어쩌고 마음이 또 번잡합니다. 내일 장이 션찮으면 낮에 보러가고 그런대로 갠찮으면 장 끝나고 보러가야겠습니다. 하하하.
나간 김에 미소라멘 한 그릇도 먹고 말이지요.
엄니랑 씨름하느라 운동은 전혀 안하고 노동량이 늘어 어깨 팔 손가락까지 근육이 붙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종종 생각합니다. 나란 인간이 정말로 힘을 써야 하는 육체노동이란 걸 안 하고 살았구나...
엊그제 엄니 일으켜 세우다 네 번째 손가락을 삐었나 봅니다. 퉁퉁 부어 올랐습니다. 뭐 부러진 것은 아니니까 조만간 낫겠지요.
결과를 기다리는 일 중에 하나는 꽝이 됐고 뭐 크게 실망스럽지 않은 걸 보니 마음이 열렬하지 않았었나 봅니다. 그래도 나 안 뽑은 건 인재를 놓친거야... 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위로를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두 번째 일은 마음이 꽤 열렬한데 이건 경쟁률상으로 보면 가능성이 더 희박하지만 뭐 희망을 갖고 기다리는 일이 즐거웠다면 된 것입니다. 또 꽝이 되면 그렇게 위로하면 되는 것이지요. 아마 더 좋은 일이 생기려나보다...
누가 뭐라든 나는 '나'인 게 좋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감사하고 소중하고 즐겁고 재밌습니다. 이만하면 그다지 허접하지 않게 사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내 일상이 때로는 조잡스럽거나 조악해보여도 세상은 꽤 세련된 눈으로 볼 수 있어서 또한 다행이구요.
내게 주어진 몫의 삶을 자알 살다 갔으면 좋겠습니다. 흔적없이 아주 깨끗하게...
아직도 영화 보러 가겠다고 망설이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