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잠...
며칠 비가 내리면서 한없이 한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다. 날씨 때문인지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온몸이 회색빛에 잔뜩 잠겨 있는 느낌이다.
하여 문득 뭔가 배우겠다고 결심을 하고 터덜터덜 서점에 가서 사 온 책.
재밌다.
저거 잘 배워서 부업 내지는 본업으로 나설까 생각 중. ㅋㅋㅋㅋ
꿈해몽과 비슷한데 꿈해몽도 꿈속에 드러나는 비유나 상징체계를 이해하고 그것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인데 문제는 기억의 왜곡이거나 구체적인 그림-??-이 없어서 빼먹거나 간과할 수 있는 경우가 생기는 데 비해 이것은 그림에 나와 있는 코드들을 자알 읽어내면 되는 것이다.
그림에 드러나는 미세한 의미들이 어찌나 많은지 깜짝깜짝 놀랄 지경이다.
일상으로 엮어진 게 인간의 삶이니까 그 일상에 대한 깊은 통찰과 숙고가 있으면 마치 돋보기처럼 카드를 뽑아낸 사람들의 생각이나 정서 혹은 욕망 따위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 과정이 흥미로울 것이라는 의미다.
저걸 배우겠다고 했더니 지인들 열명 중에 열명이 너한테 정말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추천!!!! 하하하.
여하간 굉장히 재밌는데 어디 가서 강의를 들을까 검색하다가 결국 독학으로...
뭐 한동안은 그렇게 조자룡 헌 칼 쓰듯 카드를 들이대며 지내겠지. 실전만큼 배움의 효과가 큰 것도 없을 것이다.
수능 앞둔 고3 아이가 사들고 와서 빌려주고 간 책. 한 달 쯤 된 거 같은데 천천히 느릿느릿 달팽이 걸음처럼 읽는다. 아직도 다 안 읽었는데 열여덟 편의 그야말로 장편-掌篇- 소설이 들어 있다. 놀랍고도 놀라운 이야기꾼의 미덕을 배운다. 현실성을 떠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 자유로운 발상이 참으로 부럽다는...
나는 지극히 신비주의적인 인간이면서 어째서 글은 현실성과 사실성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아랫배가 허할 만큼 일어나는 이 허무를 어찌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