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이런 저런...시답잖은...

오애도 2015. 7. 9. 22:05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사는 느낌이다.

매일매일 엄니랑 씨름-??-하고 종종 책을 읽고 더러 바느질을 하고 가끔 아이들을 가르친다.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무얼 하는지 혹은 했는지 그야말로 아웃풋 따위도 없다.

 지난 주와 이번 주엔 그리스 디폴트가 내게는 메가톤급 문제였다. 넘의 나라 부도에 휘둘리는 것을 보면 나란 인간이 꽤 글로벌해진 것인지도... 하하하.

 아이들 시험기간이라 조금은 번잡스러웠다. 나는 역시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사각형 120조각을 이어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양쪽 240여 조각...

머리가 복잡하거나 어쩔 수 없이-?- 남는 시간은 단순한 노동이 최고다. 3Cm 크기의 정사각 300개를 그리고 사방 0.7Cm 시접을 그리고 그걸 잘라서 일곱가지의 다른 무늬의 천을 겹치지 않도록 배치하고 그리고 잇는다.

잇는 행위는 뭐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시험 끝날 때까지 완성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지난 중간고사에 핑크색 계통의 보스톤 백을 만들었으니까 이번엔 청록과 암청 계열의 보스톤백... 2학기 시험 기간엔 갈색 계통의 아즈미노 천으로 만들 생각이다. 가방부자가 될 지도... ㅋㅋㅋㅋ. 그러나 사실은 우욱!!! 헝겊 멀미가 나기도 한다.

그동안 필통 두어 개 만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파우치도 하나 만들어 대기 중에 있다.

지난 주까지 열심히 문자들 속에서 살았는데 이번엔 헝겊 조각 속에서 헤엄치는 느낌.

 

오이지를 담갔다. 한참만에 하는 것이라 간이 안 맞아 슴슴해졌다. 또각또각은 아니고 쫑쫑 재빨리 썰어 꼭 짠 후에 고춧가루와 설탕과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무치면 울엄니 맛있다고 하신다. 열무김치도 담갔다. 이건 좀 간간하다. 정확한 레시피 따위 없이 감으로 하는 음식이 그러나 나는 좋다. 손으로 툴툴 집어넣고 바락바락 조물조물 무치고 뚜걱뚜걱 썰어 조린다. 여름 반찬이란 게 당최 열심히 해도 한없이 얇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   

 

장마철에 어찌하여 서울엔 비가 하나도 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거의 재앙수준이다.

물론, 비만 오면 서울놈은 풍년이랜다는 속담처럼 대도시 서울 사람에게는 비의 중요성에 대해 그다지 절감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사람이란 게 '내'가 속해 있는 세계가 전부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지도 모른다.

어제로 얼라들 시험은 다아 끝났다. 평화로워서가 아니라 그냥 물속같은 날들이다. 침잠... 그리고 구석에 처박혀 있는 느낌...

 기운 없다. 번잡스러운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