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로 읽는... 시답잖은... 3
공기는 축축하게 물기 잔뜩 머금고 있는데 비는 그야말로 감질이라는 낱말의 의미와 참으로 자알 맞아떨어질 지경으로 내린다. 모처럼 밤운동을 나갔다가 비가 투둑거리길레 30분 걷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충동적으로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와 구운 김과 마셨다. 다이어트 따위... ㅋㅋ
자정 가까운 시간에 동네 편의점에 가서 이것저것 보며 어슬렁거리다보면 뭐 서울 한복판에서 서울러로 사는 감흥이 물씬물씬 풍긴다.
없을 것은 없고 있을 것은 다 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낮이나 밤이나 불 환히 켜 있는 편의점. 이 문화는 인구밀도 조밀한 대도시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문화일 것이다.
뉴욕에 뉴요커가 있다면 서울엔 서울러가 있다.
나는야 서울러!!!!
한밤중 언제든 나가도 불빛 찬란한 시내가 코앞이고 터덜터덜 걸어가 심야영화 보는 것도 맛있고 뭐 배고프면 24시간 하는 동네 콩나물 해장국집에서 한 그릇 먹고 오면 된다. 24시간 하는 햄버거 집도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고 거기 한가한 창가 쪽의 테이블에 앉아 책 한 권 읽고 와도 좋다.
흠... 다음엔 바느질 거리를 마름질 해 가서 바느질을??
아주 사소한 것도 의미와 감사를 가지면 모두 누리는 것이 된다. 거창하거나 화려하거나 고급한 것 따위를 누려본 적이 없는 인간인지라-흠...- 사실 '별일' 없는 시간의 고마움과 기꺼움을 속속들이 누릴 수 있다.
사실 며칠 동안 슬럼프... 곰실곰실 엄니랑 지내지만 뭔가 '나'를 위해 하거나 해야만 하는 일에는 무기력, 무의욕, 무감각, 무식... 나쁜 것은 머릿속이 어딘가 액체도 고체도 아닌 젤리 형태로 뭉쳐져 돌아다니는 느낌. 머리는 파닥파닥 돌아가지 않고 하고 싶거나 해야만 하는 일에 눈이 빛나기는커녕 아예 들여다 볼 생각도 안 들었다. 6월이면 오는 증세... 한 해의 반을 넘어서는 달이라 그런가.
뭐 이만하면 고요하고 평온하다. 엄니는 여전히 불편하시지만 모든 것은 각자의 몫.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신다.
하루에 서너번 씩 운동 나가서 힘들게 골목을 돌지만 사실 그것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다.
하여 함부로 건방 떨지 말자. 자기의 몫이나 잘 건사하믄 되는 것이다.
벌써 금요일... 시간은 쏜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