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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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애도 2015. 5. 11. 00:04

새벽녘에 꿈을 꾸었습니다.

엄니가 멀쩡해지셔서 뒤도 안 돌아보고 저 멀리 가는 꿈이었습니다. 지금 입고 있는 옷 그대로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저 멀리 가시더군요. 자식들은 이쪽에서 서성거리고 있고 나는 엄니가 무슨 종교 모임 같은 델 가는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작고 초라한 엄니의 뒷모습이 종일 머릿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엄니는 많이 아프신 모양입니다. 더 못 움직이고 몸놀림이 많이 무기력해지셨습니다. 저녁에 화장실 가신다고 간신히 일어나는 엄니를 붙들고 일으켜 세우다가 그 초라한 모습에 나는 그만 꺼이꺼이 울고 말았습니다.

 작년에 이 무렵에 나는 엄니랑 나란히 누워 자다가 엉엉 울었었지요.

 엄니는 가만히 계시다가, 그래, 울고 싶으면 울어라...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좀 있다 그만 울어라... 하셨지요. 그때 그, 그만 울어라... 할 때의 엄니 목소리가 아마 태산 같다고 느낀 엄니의 마지막 목소리일 겁니다.

그 이후 다시는 그렇게 진지하고 무거운 톤의 엄니 목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엄니 화장실 가시는 걸 부축하면서 말했지요.

엄니, 나중에 말야. 엄니 돌아가시고 나도 죽을 때 되면 너무 오래 살게 하지말고 잘 데려가. 난 딸도 읎잖어. 히히.

엄니는 그말에 대답도 안 하시고 느리고 힘들게 한 발 한 발 떼어 놓으며 화장실로 가셨습니다.

엄마, 사람이 이생에 지지리 고생이 많으면 의외로 전생에 덕을 많이 쌓은 거라네. 힘들고 힘들게 사는 게 마지막 생이 돼서 그 사람은 윤회를 안 하게 되는 거래... 그래서 이 험한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댜

  그럼 다시 태어나서 뭐햐~  지금까지 그거 연구한 겨?  

간신히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치고 어머닌 주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