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이럭저럭 살아내는 날

오애도 2015. 5. 7. 23:21

 지난 주 내에 시험 기간이었다. 아이들이 자습을 하거나 아니면 수업 하러 오기 전 했던 바느질... 변형된 육각 보스톤백. 드디어 다아 만들었다.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육각형이 한 면에 백오십 개 정도를 이었다. 상상했던 것은 좀 더 화사한 것이었는데 화사가 아니라 제법 화려... 가 됐다.

퀼팅하면서 솜이 얇아 내에 걱정을 했었다. 후들거리면 어쩌나... 다시 뜯을까 어쩔까...

다행이 굉장히 짱짱하다. 퀼팅 라인도 촘촘했고 모티브도 작아서 퀼팅이 손이 많이 간 덕이다.

와우!! 명품스럽다는....

 

 

어린이날에 열다섯 살짜리 제자 아이의 부탁으로 부천의 만화 박물관엘 갔었다.

공기는 맑고 청명했으며 바람이 제법 불었던 날. 모처럼 전철타고 먼 곳까지 갔었다.

거부감이 있지는 않지만 이해나 납득이 어려운 코스프레...

그 열정에 그러나 감동 받는다.

의외로 제자들 중에 코스프레 하는 아이들이 여럿이어서 이것도 인연인가... 싶다.

드라마 캐릭 중에 코스프레 하는 인물 하나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고우영 화백의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어릴 때 혹은 젊을 때 띄엄띄엄 봤던 삼국지나 초한지 같은 것을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떤 것은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더 축축하고 아련하게 따뜻한 지도 모른다.

어떤 분야에서든 그 나름의 뛰어난 업적이 있다는 것은 부럽고 존경스러운 일이다. 그것이 거저, 그냥, 운이 좋아서, 혹은 뛰어난 재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2층의 만화 도서관에서 잠깐 동안 봤던 만화... 재밌었다.

확실히 나일 먹어서인지 두 권 읽고 나니 몸 여기저기가 욱신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져와서 밖으로 혼자 나왔다. 아이는 두어 시간 더 보고 나왔고...

나 어릴 때는 종일 앉아서도 봤었는데 참 쓸쓸하다.

만화책은 확실히 티비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낸 것 같은데 또 곰곰 생각해보면 이런저런 많은 일들을 하고 지낸다.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드라마 대본을 읽고 있다. 앞으로 조금씩  더 늘려 열시간 이상 읽을 생각.

방송작가 교육원에 신청하고 등록까지 마쳤다.  몇 마디 말 들어 보고는 그냥 자알 써서 공모에 내는 게 빠를 거라는 원로작가-??-이신 면접관의 조언을 듣고 잠깐 망설였다가  어딘가 적을 두고 있으면 실행이 좀 빠르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등록을 하기로 했다. 주위에서도 너무 혼자 갇혀 있으니까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대단히 좋을 것이라는 조언이 넘쳐나기도 했고...

전공까지 했는데 아마츄어 기초반 듣는 것은 좀 시간낭비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모르는 일... 새로운 공기는 또 새로운 자극이 돼서 명작을 탄생-??-시킬지도 모른다... 는 것은 헛소리고 그냥 맘이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엄니가 오셨다.

며칠 전에 넘어지셔서 좀 아프다고 하시더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작년 가을에 계단에서 낙상 만큼이나 큰 충격이었는지 반대편 다리 사타구니 근처에 근육 파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걸음을 못 떼시는 데다 대단히 고통스러워 하시는 게 당시 엑스레이 상 아무 문제 없었지만 두어 달 운신이 어려웠던 증세랑 거의 비슷하다.

머리에 주먹만한 혹이 났다가 이제 막 가라앉았고 피딱지가 떨어졌고 엊그제는 멍울진 코피도 한 사발 쏟으신 모양이다.

엄니... 멍울 진 피가 코피로 나와서 다행이네. 그게 머리에 고여 있었으면 큰일이지.

그 때 뇌진탕으로 죽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 울엄니 말씀.

 

엄니의 고뇌가 어떤 것인지 나는 안다.

 

당분간 엄니 움직이지 마셔요. 지난 번 허리 같은 부상이라면 좀 시간이 걸릴겨....

움직여야 한다는 자식들의 성화에 강박증이 생긴 엄니가 보조기 끌고 나오시길레 한 마디 했다.

 

엄니는 누우시면서 한 마디 하셨다.

미안하다. 야...

뭐가요?

다시 이 꼴이 돼서...  

내일이 어버이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