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15. 2. 17. 01:20

엄니가 큰오빠 집으로 가셨습니다.

아예 가신 것은 아니고 명절도 쇨 겸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한 곳에서 머무르시다 보니 꽤나 답답하기도 하셨을 겁니다.  물리적으로 걷는 일 빼고는 정말 많이 좋아지셔서 기분전환이나 분위기 전환도 필요할 것 같기도 했구요.

 난, 엄니 가시니까 좋다~~고 말했습니다.

엄니 때문에 귀찮고 힘들어서가 아니라 이젠 가셔도 되겠다 싶을 만큼 엄니가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사실 억지로 꾸미거나 만들 수 없습니다. 지난 가을 까지만 해도  내가 아니면 안 될 거 같은 생각이어서 다아 완벽하게 나아서 시골집으로 가실 때까지 내집에 계시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었지요.

 때때로 나는 지나치게 어리석은 인간인지라 내 생각이나 마음이 전부라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엄니는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좋아지셨고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무기력해지고 있었습니다. 물리적으로 엄니는 그동안 당신 손으로 물 한 잔 떠다 드시질 않았습니다. 엄니가 게으름을 피우느라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만 당신 손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 게 없어지면서 물리적인 신체 기능과 동시에 정신적인 긴장도 굉장히 느슨해진 것입니다. 수술경과도 좋고  질병은 일단 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나는 종종 엄니가 독거노인이거나 혼자 계셨다면 훨씬 일찍 씩씩하게 걸어다녔을 거라고 말했었지요. 뭐 엄니 아프게 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 워낙 객관적인 판단에 대한 사실진술 하기를 저어하지 않는 못된 성격 때문입니다.

 나란 인간이 엄니한테 잔소리가 많긴 하지만 정말 최상의-??-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간병인인-??- 것도 맞습니다.   나는 그러면서 엄니한테 결혼 안 하길 정말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내 성향상 남편이나 자식들한테 이렇게 신경 쓰고 살 게 뻔한데 그건 모두에게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하하.

어쨌거나 엄니 가시고 그러나 마음이 심상하지 않습니다. 마음은 두리번 두리번 하고 괜히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3월 28일에 오셨으니까 10개월 18일 만입니다.

엄니는 그동안 내 생활 풍경 속에 녹아 들어 있었습니다. 혼자 있을 때보다 훨씬 번거롭기는 했지만 그것이 내 일상의 풍경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처음 몇 달은 엄니와 한 침대에서 잤습니다.

여름에 더워져서 침대 밑 바닥에 이불 깔고 자는 일에 이젠 익숙해졌는지 엄니 가시고 늘 누워계셨던 침대에 선뜻 누워지지질 않습니다. 하여 오늘 하루는 바닥에서 자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빈 침대를 보면 마음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좋은 건 엄마, 힘들어도 많이 나아지셔서 집으로 가시는 게 최고여. 그러니 운동 열심히 하시고....

엄니한테 내에 당부했던 말입니다.

 엄니 계신 풍경이 당연한 그림이었듯이 엄니 안 계신 빈 풍경도 조만간 당연한 그림이 되겠지요.

그게 시간이고 그게 일상이고 또한 삶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