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잇기, 먹기, 싸우기...
시금칫국을 끓이려고 시금치 한 단을 샀다. 한 단 다 끓이기엔 많은 것 같고 시금치나물을 좋아하는 인간도 아닌 터라 나머지 시금치를 이용해 잡채를 하기로 했다. 당근을 사고 당면을 사고 피망도 사고, 채친 돼지고기와 느타리버섯과 집에 있는 표고버섯까지 넣어 후딱 잡채를 했다.
흠.... 한 달 전 쯤에도 포항초를 사서 국을 끓이고 역시나 그 포항초 때문에 잡채를 해 먹었다.
시금치는 잡채를 부르는 재료다. 아니면 김밥이나... 왜 그럴까?
어쨌거나 잡채는 아주 맛있게 잘 됐다. 아니 잡채 따위... 내겐 껌이다. 엊그제 멀리서 온 친구랑 맛있게 먹고 볶아놓은 나머지 재료에 낮에 당면만 다시 삶아 무쳤다.
배부르게 먹었다.
열바느질 중인 퀼트 배낭.
기본 퀼팅도 다아 끝내고 기본 재료도 다아 만들었다.
이제 서로 잇고 달기만 하면 된다. 가방본체 퀼팅을 꼼꼼하게 했더니 굉장히 짱짱하다. 뭐든 손이 가면 그만큼의 가치와 힘을 발휘한다. 내일 쯤 완성이 될지도...
어제 배달 온 초밥왕 전국대회편
틈틈이 보고 있다. 한때 난 만화광이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어릴 때 같으면 이전의 초밥왕도 다섯 번은 넘게 봤을텐데 한 번 보고 끝내서 저렇게 속편-??-에 등장하면 얘가 누구더라?? 가 된다.
어쨌든 반복해서 본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일본적 코드를 읽어냈다. 이전의 것에서의 코드가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가족' 중에서도 특히 아버지 중심의 문화가 읽혀진다.
만화에서 내에 어머니는 한없이 순종적이고 헌신적이다가 병약해서 일찍 죽거나 하고 가족을 위해 '아버지'의 존재는 온몸과 마음을 불사르지만 잘 안 되는 캐릭터가 거의 대부분이다. 하여 초밥 경연대회에 나오거나 주인공 쇼타와 관계를 맺는 사연 있는 인물들은 모두 그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이게 작가의 의식인지 아니면 일본의 보편적인 사고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역시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가부장적 의식이 강하다. 하여 초밥왕은 남자들의 이야기고 남성 중심의 만화인 것이다.
흠...
그래도 너무나 뻔한 '가족' 이라는 소재가 주는 보편성과 화해와 용서가 난무하는 진부한 코드지만 재밌고 감동적이다.
만화가 아닌가...
물론 지극히 일본적이라고 느껴지는, 어디 쯤은 본받을 만하고 어디 쯤은 이질감의 중첩.
익숙해져서일까? 처음 봤을 때 입안에 퍼지던 비릿한 느낌은 사라졌다.
독감 중이다. 지난 토요일 첫날, 편도선이 부어 침 삼키기 괴로웠지만 잘 버텼다. 다음 날 열 나고 오한 비슷한 것도 약국 약 먹으며 잘 버텼다.
지금은 엄첨 깊은 곳에 엉겨 있는 가래와 무거운 기침과 전투 중이다.
머... 인풀루엔자라는 것이 일 주일 쯤 살다가 생명 다하면 떠나가는 것을 아는지라 느긋하게 툭툭!! 기운 빠졌냐? 어쩌구 실없는 소리하며 동거 중이다.
바느질 하고 만화책 보고 기침과 가래와 싸우며 잡채도 해 먹고 조금 우울해하는 엄니한테 실없는 소리도 하며 며칠을 보내고 있다.
나는... 그러나 운동부족이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