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는 중
아이들이 만든 지갑...
방학 때면 막간-??-을 이용해 하나씩 만들어본다.
공부보다는 백 배 재밌다고 눈 빛내며 열바느질...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서울대 갈 거라고 뻔한 지청구를 하면서도 재밌어 하는 거 보면 나도 즐겁다. 뭐든 정말 재밌게 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권리가 아이들한테도 있다.
각자 다른 천으로 만들고 싶다고 해서 하나는 레인보우 천에 비즈까지 색깔 맞춰 달았다. 하나는 때와 맞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 천...
손 안에 들어가는 작은 싸이즈. 한 아이가 아까워서 모셔두고 못 쓰고 있다는 후문.
이건 심심해서 나도 한 개...
뭐든 만들어 놓으면 이쁘다. 손으로 만든 것이니까 솜씨와 상관없이 정이 가는 폭신함.
흠... 저건 내가 가르치러 가는 아이네 집 도우미 아줌마한테 갔다.
주말에 친구들과 영화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정원'을 봤다. 제목만 듣고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인가 했더니 모티프만 따오고 그건 아니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안 읽었지만-
프랑스 영화다운, 유치하지 않게 귀엽고 사랑스럽고 잔잔한 영화. 이야기의 짜임새도 톡톡하고 포근포근하게 놓여있는 에피소드들도 거슬리는 게 없다.
왜곡된 기억의 갈피를 펴서 부활-재생-과 치유라는 주제가 무겁지 않게 잘 녹아들었다.
이유는 없는데 물속같은 날들이다.
의욕이 많이 잦아들었지만 무기력은 아닌 것 같고 그냥 물 흐르듯 보내는 날들...
불끈하는 게 없어 두리번두리번 하는 중.
엄니는 여전하시지만 이제는 내 일상의 풍경 속에 녹아들었다.
삶은 주어지는 것인데 그 갈피갈피에 어떤 게 주어졌는지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받게 될지 아니 길모퉁이 돌아서면 무엇이 놓여 있을지 문득 기대없이 궁금하다.
그것이 지고 가야 하는 무거운 것이 아니고 손잡고 같이 가거나 가볍게 들고 가는 것이면 더 좋을 것이고 향기로우면 더 좋겠지.
그렇게 걷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