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오후에 마신 커피...

오애도 2014. 8. 10. 04:23

에 불면의 찜질을 당하는 중...

오전에 별다방 아메리카노가 아쉬워서 네 시 넘어 휘휘 저은 '오애도 표' 커피 한 잔 마셨는데 아무리 누워서 전전반측을 해도 잠은 안 온다.

  그래도 보통 두시 반엔 잠들었던 거 같은디...

이러고 여섯 시 넘어 실실 카페인 기운 떨어질 것이고 한 시간 쯤 자면 똘똘이가 낑낑댈 것이다. 안 오는 잠과 싸우느라 몸만 피곤하고 당최 책도 안 읽히고 공부도 안된다. 어떤 메커니즘이 나이 서른이 넘은 후엔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불면의 몽둥이를 맞게 하는 것일까?

 

엄니 다치신 지 삼칠일 지났다.

어릴 때 울엄니 막내 낳았을 때였나...  할머니께서 엄니 누워 있는 윗목 머리맡에 깨끗한 짚을 깔고 그 위에 흰 쌀밥과 미역국을 놓고 정성스럽게 무언가를 빌던 모습이 생각난다.

 막내와 나는 다섯 살 차이니까 분명 나는 다섯 살 무렵이었을텐데 어찌하여 그것이 삼칠일 되는 날 삼신할머니한테 뭔가를 비는 것이었다는 기억이 선명할까? 누구도 그것에 대해 얘기해 준 기억도 없고 당연히 내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모를 것이다. 때때로 내가 알고 있거나 기억하고 있거나 눈치채고 있으되 말하지 않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누구든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스스로도 대체 나란 인간은 어떻게 그 많고 사소한 것들이 머릿속에 있고 왜 잊혀지지 않고 의식하지 않았다가 튀어나오는지 모를 지경이니까... 하여 한 때는 그 많은 걸 외우고 있다가 말한다고 오해를 사거나 아는 척 혹은 잘난 척을 한다고 질시의 눈총을 받았는데 뭐 지금은 그까짓거 어찌됐든 상관없다. 시쳇말로 또라이가 아닌 이상 그딴 사소한 것을 외워 소인배들한테 잘난 척할 정도의 부지런함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성공한 인생을 살았을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각설하고, 엊그제 엄니한테 낼이면 삼칠일이니까 그거 지나면 불쑥 나아지실 겨~ 했었다. 아기 낳고 쳤던 금줄을 내리는 것도 아마 삼칠일이 지나서일 것이다. 하여 그 주술적인 믿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엄니는... 이제 일어나 앉아 계신 시간이 오분? 정도로 늘어났고 부축해서 화장실 가시는 걸음이 아주 조금 가벼워지셨다. 여전히 당신 손으로 식사도 못하시고-손으로 짚지 않으면 못 앉아 계시므로...-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계신다.

 문득 보면,울엄니...  아주 자그마해지셨다. 아주아주 자그마해지셨다. 자그마해지셨다. 그렇게 자그마해지셨다.

어제 아침에 드신 호박죽에 체하셨는지 왈칵 다아 토하셨다.

 미안하다 야...

엄니는 토하시면서 왜 미안하다고 하셨는지 모르겠다.

지난 번 작은오빠가 왔을 때도 그러셨다. 애도한테 미안하지...

엄니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면 난 괜히 목이 메어서 그만 꺼이꺼이 꺽꺽 한다.

사실 미안하다는 말은 아픈 말이다.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하여 나는 아이들한테 사이비도사처럼 말하기도 했었다.

얘들아, 사랑에 빠지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이상하게 미안하다는 마음이란다. 줘도 뭔가 모자란 것 같고 받으면 기쁘지만 더 줘야할 것 같은 미안함.

 하여 사랑에 빠졌는데 가슴 절절하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단다.

그리고 그 미안하다는 마음 안에 아릿한 슬픔같은 게 들어 있을 것이다.

 

뭐 잘은 모르지만 아이를 낳았을 때 엄마의 마음이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