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축축...
엊그제 톡이 왔다.
선생님 오늘 생신이죠?
??
??
물음표는 내가 늦게 봐서 대답이 없으니까 보낸 것...
뭔 소리? 지났는디...
카스에...는 오늘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아마 작년에 생일상 차려서 찍었던 걸 본 모양이다. 소식에 오 머시기 생일이라고 떴을테고 날짜 확인 안 하고 들어가 보니 생일 얘기가 올라 있었을 것이다. 그게 마지막으로 올린 거였으니까...
어쨌든 케이크 갖다 드릴께요~
눈물 날 지경으로 고맙다. ㅋ
하여 들고 온 케이크다.
엄니가 보시더니, 동기간보다 낫구나... 하셨다.
지금은 고3이고 작년까지 나와 수업을 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상당히 과묵한 제자인데 나에 대한 성원이 남다르다는 것을 나는 안다.
작년에 그만두면서는 하루키의 소설을 한 권 내밀더니 이번엔 윤대녕의 수필이다.
책 그다지 안 좋아는 녀석인 걸 아는데 내 수준-??-과 취향을 생각하며 골랐을 마음을 짐작해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고맙구나. 진우야~!!
나이 쉰이 넘으면 남의 수필 읽을 때가 아니라 '내'가 써야할 때라고 믿는 터라 수필집 산 게 언제인지 까마득했었는데...
굉장히 좋다. 젠체하지도 힘주어 교훈적이지도 않으면서 교술갈래가 주는 어쩌면 지나치게 사변적일 수 있는 글감과 서술방식이 대단히 품위가 있다.
불교적인 세계 인식 방법이 은연중 녹아 있는데 꽤 내 생각과 비슷해서 반가웠다.
게다가 두 번째 글, '늙은 그녀'에 나와 있는 '집'에 대한 생각이 나와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2년 전 쯤에 썼던 낡은 집과 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는 모든 어머니는 자식들의 집이고 그러면서 스스로 퇴락해 가는 것이라고 썼기 때문이다.
이래서 의도와는 상관없이 '표절' 시비 따위가 생기는 것이겠지.
어제 버스 타고 멀게 가면서 거의 다 읽었다.
노안 대신 근시가 오더니 특이한 것은 이후로 흔들리는 버스에서 책을 읽어도 어지럽지 않다는 것.
인체 메커니즘은 자연이면서 또한 과학이기도 할 테니까 그 상관관계를 알고 싶다.
우연히 뒤쪽 책날개를 보다가...
'내'가 나왔다. 나 이렇게 유명해지면 안되는데...ㅋㅋ
오애도 향수도 있고...
이쁜 줜 군한테 싸인 받았다.
뭐 연예인 싸인 같은 거 크게 의미 두지 않는다고 일코-일반인 코스프레-하는 처지라 -흠.. 그런데 진짜다- 싸인회 가서 이쁜 모습만 보고 있다가 사람들 많지 않아서 뒤늦게 끝 번호 받아서 나도 한 장...
더운데 고생해요~ 위로 한 마디 했더니 구여분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했다.
뭐... 실재로 자연광으로 보면 으악!! 할 정도로 이쁘다.
산 넘고 물 건너 가서 싸인 받고 왔더니 엄니가...
혹시 남자 만나고 왔냐??
허걱!!! 하긴 남자는 남자군.
하하하
아이들 시험 기간
내 일상은 이렇게 반짝반짝하면서 동시에 엄니 때문에 마음 한쪽은 축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