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메뉴로 먹은 김치 부침개.
엄니는 소주 한 잔... 나도 한 잔 할까? 했더니 당장 따라 주시려고 하신다.
하지만 난 술을 맛있어 하지 않은 인간. 막걸리가 먹고 싶은데 엄니는 막걸리는 싫다신다.
점심은 늘 분식... 김치칼국수, 감자 칼국수, 잔치국수, 수제비도 김치수제비, 감자 수제비, 우동이나 순대, 찹쌀떡... 조만간 사골 칼국수도 추가...
하루 세끼 밥만 먹는 건 지겨울 거 같아 매일 매일 메뉴가 바뀐다.
영양을 생각해 참치캔 하나 넣고 김치는 치아 션찮은 엄니를 위해 쫑쫑 썰어 들기름과 올리브유로 부쳤다.
비등점이 낮은 관계로 바삭거리진 않지만 풍미는 최고!!
급 맥주가 땡기는군.
놀라우리만치 좋아지고 있는 울엄니...
혼자서 힘차고 숨차게 운동하신다. 저 모습이 울엄니 모습...
티비 안 보는 나를 위해 작은 방에 있다가 들어가면 가끔 중계방송도...
유병언이 안 잡힌다. 야.
총리를 새로 임명했어. 이름이 뭐여? 물었더니 안대희여~ 하신다.
어느 땐 낮에 본 다큐멘타리도 다시 해설하시고 내 농담에 으흐흐 큰 소리로 웃으신다.
똘똘이가 자꾸 마른다고 걱정을 했더니
엄니: 원래 짐승은 암창이 나면 마르는 거여~
나: 모든 짐승이 다 그런겨?
엄니: 그런겨~
나: 고양이만 그런 거 아니구?
엄니: 아녀
나: 그래도 너무 마르는디...
암창은 짐작건데 뭐 발정기겠지. 내가 아는 것은 일본의 하이쿠에서 고양이도 사랑을 하느라 마른다... 뭐 이런 구절을 본 터라 사랑을 해야 마르는 것이지 저렇게 사랑을 갈구하느라 마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울엄니 많이 배우셨다거나 유달리 깔끔을 떤다거나 세련된 분이 아니다.
나는 농담으로 그래서 엄니는 글케 아들만 많이 낳은 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자연 현상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엄니 나름으로 정립해 놓은 결코 내세워 말하지 않은 통찰은 내가 늘 감탄한다.
요즘은 집앞에 세워 놓은 고급차를 보면 한 번 스윽 쓰다듬는다.
좋은 차는 괜이 만져 보고 싶다. 야~
정말? 왜?
몰러
울엄니 세련된 영혼이네. 으하하하하
나는... 같잖은 지식으로 엄니를 설득하지만 엄니는 조용히 그 존재로써 나를 설득한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 참아야 하는 것과 침묵하는 것, 귀하고 가치 있고 소소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결코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 범접할 수 없는 내 어머니의 미덕을 '나'는 안다. 누구에게도 들키거나 발견되지 않은 그저 '인간'으로서의 미덕을...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