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파닥파닥!! 팽팽!!

오애도 2014. 4. 15. 15:45

 

모처럼 열 바느질...

블로그 이웃 분께서 엄니 드리라고 좋은 음식을 해 주신 답례로 ...

고1 딸래미를 위한 소품이다. 필통, 동전 지갑, 소품 주머니

그야말로 생기 총총 바느질을 오랜만에 했다. 어제 보냈으니까 오늘 쯤 도착했을 것이다.

 

 

보라색 주머니가 만들고 보니 이뻐서 내걸로 하나 더...

바탕천이 없어서 이걸로 끝.

 

 

명품을 지향하는 나는-??- 안감도 색 맞춰서 했다. ㅋㅋㅋㅋ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무엇이든 보이지 않는 부분을 함부로 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빨간머리 앤 천으로 만드는 안경집. 안경집 만든 게 무릇 기하인데 다 어디 갔는지 내 안경은 휴지로 둘둘 말려 가방에 넣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앞집의 주인 아저씨가 열심히 가꾸는 간이 화단-??-

들여다 보면 열 일곱가지 정도의 식물이 산다. 돌미나리, 돌나물, 라일락, 은행나무, 사철나무 ,홍매화,  뱀고사리, 육모초, 지부 그 외 이름 모를 꽃 등등...

엄니랑 나는 하루에 세 번씩 저 빌라를 돌아 운동을 하는데 한바퀴 돌고 와서 저길 들여다보며 쉰다.

그리고 엊그제...

울엄니: 이건 두충이네. 차 끓여 먹는거...

나: 생강 아녀? 비슷한데...

울엄니: 아녀... 생강은 잎이 더 삐쭉하고 더 듬성듬성햐~

뭐 이렇게 햇빛 따듯한 속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들여다 본다.

엄니는 웬만한 풀, 나무 이름은 다 아신다. 이건 국수딩이고 저건 밥보재 나물이네. 저건 작약.  목단나무도 있고...

엄니는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데 많은 것을 안다는 것을 모르신다. 하여 나처럼 아는 것을 내세우는 일이 없다는...

저 때만 해도 며칠 전이라서 지금은 훨씬 무성해졌다.

 

돌미나리, 단풍나무, 은행나무...저 돌미나리 많이 자라서 내가 가끔, 싹둑 베다가 전부쳐 먹을까? 어쩌구 농담하믄 그럼 누가-앞집 주인- 난리 나게?

하신다.

 

 

맨 아래 있는 화분은-이름 모름-꽃이 제법 이쁘다. 며칠 전 콩나물 국밥 먹으러 가는 길에 있던 커피집 앞에 조르르 심어져서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돌아오와서 엄마, 이거랑 똑같은 거 아녀?

했더니 거긴 망했더라... 하셨다.

나는 그게 무슨 새로운 고유어인 줄 알고 망한게 뭐여?

했더니 활짝 폈잖어... 하셨다.

그럼 이제 피기 시작하는 건 흥하는 거여?

그렇지...

나는 하하하하 웃으며 울엄마는 가끔 철학적이셔~ 했다. 엄마는 멀뚱히 보셨지만 나는 새로운 걸 깨달았다.

아아!! 그렇겠구나. 활짝 핀 것은 이제 시들고 지는 일만 남은 거구나...

아마 그게 꽃나무가 아니고 열매 맺는 거였다면 엄니는 망한 거... 라고 하시진 않았겠지.

 

엄니는 거의 완벽하게 제 정신으로-??- 돌아오셨다. 정말로 우리 엄니다. 가끔 오는 우울 증세도 요새 며칠은 한 번도 없었고 오늘은 최상이다.  

이제 다리 힘만 좀 더 생기면 집으로 돌아가셔도 될 듯... 엄니도 당연히 그렇게 믿고 계신다.

그리고 나는 마음이나 정신의 질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달았다.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 숲'이나 이번에 읽은 '색채가 없는...' 의 여자 주인공이 앓고 있는 병이 이거였구나...하는 것도 새삼 알았다.

그렇게 아는 것과 깨달은 것은 다르다.

다행히 노인성 우울증은 대부분이 치료가 되는 것이라니 얼마나 다행이며 또한 내 어머니가 강인해서 그것 역시 또 얼마나 감사한가!!

 

엄니랑 있으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병적일 정도로 섬세한 인간인지도 알았다.

혼자 살기에 망정이지 누군가와 살면서 그렇게 숨소리 하나, 눈빛 하나, 행동 하나까지 신경 쓰며 살다가는 다이어트 따위 필요도 없을 것이고 분명 삐들삐들 마를 것이다.

어쨌거나 꿈은 함부로 꾸는 것이 아니고 소망은 함부로 내뱉는 것이 아니다.

한동안 종일 팽팽하고 파다파닥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징징댔더니 그 소원이 이루어져 하루가 파닥파닥하고 팽팽하다. 소원 이루어진 것은 좋은데 이게 울엄니 아픈 것 따위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ㅎㅎ

 

그래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게... 번잡스럽긴 하지만 마음은 편하고 나름 생기가 있다.

열네 살에 집 떠나와 산 이래로 가장 오래 엄니와 지내는 시간.

아침에 친구가 효녀 코스프레냐고 그러든데 그러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랴!!

확실한 것은 엄니가 대단히 좋아지셨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것.

 

고로, 천지신명님, 하느님, 하나님, 울아부지...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