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네박자...ㅋㅋ

오애도 2014. 3. 31. 11:06

BGM으로 예전에 받아 놓은 송대관의 네박자를 듣는데 참 좋습니다. ㅋㅋ

금요일에 오신 엄니랑 토욜 아침에 책상 앞에 나란히 앉아서 박수 치며 들었다는...

확실히 나일 든 게 분명해서인지 쿵짝쿵짝 하는게 꽤 신납니다. 엄니가 집안에서 운동할 때 일부러 크게 틀어놓고 나도 따라 다닙니다.

 그리고 그날 느닷없이 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야도 듣고 싶어서 거금 600원 주고 내려받아 역시 BGM으로 깔아놓고는 돌려돌려 듣고 있습니다. 그것도 처음 나왔던 3집에 실려 있던 걸로 다운 받았는데 확실히 젊을 때 부른 것이라 절절함이 남다름니다.

 금욜 오신 엄니는 빨리빨리 안 낫는다고 초조해 하시긴 하지만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게 보입니다. -엄니 생각에 여기서 하룻밤만 자도 벌떡 일어날 거 같았다고...-

그날 들어오면서 울엄니, 맘이 편하네... 하고 말씀하시길래. 내가, 그려요? 했더니

 내 자식 집이니께...

 그리고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주무시다가 다리가 하나도 안 아프다... 하시더군요.

다음 날 동생이, 군대 가서 첫휴가 나온 조카 데리고 다녀갔습니다.

머리도 짧게 자르고 훌쩍 여윈 엄니 보면서 그래도 울 형제 중에 제일 상냥한 동생은, 난 울엄마는 안 아프실 줄 알었어... 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군요.

 자식이 머리가 허예도 부모한테는 그저 자식인 것처럼 부모가 늙고 병들고 기운 없어도 자식한테는 그저 태산같은 울엄마일 겁니다.

 10년 전 쯤에 엄니랑 지하철 탔는데 갑자기 젊은 청년이,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하더군요. 그 때 나는 왜 울엄마를 할머니라고 하지? 하고 기분 나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엄마는 엄마이지 할머니로 불리는 노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문득 울엄니라는 정서적 꼬리표를 떼고 보니 그저 체구 작고 늙으신 노인 한 분이 거기 서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엄니 덕분에 나도 모처럼 이런저런 반찬 만들어 삼시 세끼 꼬박꼬박 자알 먹고 종일 새새 떠들기도 하고 같이 침대에 앉아 티비도 보며 킬킬 웃고... 집안이 활기가 제법 생겼습니다. 

  매일매일을 나인투파이브로 나가서 일하는 직업이 아닌 게 얼마나 감사한 지... 뭐 그까이거 이런저런 반찬 따위는 힘 안들이고 뚝딱 맛있게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이며, 머리 나쁘지 않아 인체에 대한 생물학적 매커니즘에 대한 지식과 그것에 나름의 통찰이 있다는 것도 감사하구요.

  불행과 불운 속에서 찾아내는 감사는 분명 일상의 소소하지만 깊고 무거운 축복을 잊게 한 욕심과 오만에 대한 신의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하여 엄니 오신 이래로 이상하게 마음은 훨씬 가볍고 즐거워져서 흥얼흥얼 노래 부르며 엄니 모시고 골목 산책을 합니다. 

  어쨌거나 뭐 내 덕분에 엄니가 나아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엄니가 견뎌냈어야 하는 시간의 힘일 것이고 그리고 가장 힘든 시간에 가장 힘들고 애쓴 자식은 맏이인 큰오빠 내외이겠지요.

 

 그렇게 봄을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