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왜? 리버 피닉스...지?

오애도 2014. 3. 22. 21:50

과천 대공원엘 다녀왔습니다.

불쑥 봄이 그 색깔로 온 세상을 칠갑을 해 놓았습니다. 양지 쪽엔 어느새 푸르러져 있고 햇빛은 따스했고 바람은 수선스럽게 불었지요.

휴장 중인 동물원 근처엔 얼씬도 안 하고 과천에서 내려 터덜터덜 대공원 광장까지만 가서 어슬렁거리다 돌아왔습니다. 이상하게 손바닥만하다고 느껴지는 과천의 중심가도 혼자 돌아다니다가 버스 타고 돌아오는데 정말 수면제를 먹었나 싶게 졸음이 쏟아져 왔습니다. 그야말로 미친듯이 쏟아지는 졸음은 마치 여름철 고스란히 맞은 소낙비에 온몸이 젖은 것처럼 내 몸을 잠이 아닌 졸음에 젖어 추욱 늘어지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문득 그리고 정말 생뚱맞게 리버 피닉스가 떠올랐고 그가 출연한 영화, 내 마음의 아이다호와 그 우수에 찬 눈빛과 스물세 살에 삶을 마감한 쓸쓸하고 쓸쓸한 생애도 떠올랐습니다.

 20년도 훨신 전에 봐서 그닥 선명하게 기억도 안 나는 영화인데 내 마음의 아이다호는 그저 길 위에서 생활하는 주인공과 그 길들의 쓸쓸한 풍경과 어머니를 찾아간다는 설정과 길 위에서... 아무데서나 잠에 빠지는 그의 기면증에 대한 병세조차 보는 동안 가슴 한 쪽이 텅 빈 것처럼 쓸쓸하고 우울했었지요.

 그저 아이다호...라는 지명에서조차 쓸쓸한 바람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뿐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리버 피닉스가 떠오른 것은 쏟아지는 졸음 속에서 단지 영화에 나오는 그의 기면증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돌아와서 내내 쓸쓸해 했습니다. 우리는 삶이라는 길 위에 서 있는 것이고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지나가든 무빙워크처럼 길이 지나가든 삶은 그렇게 흘러가고 지나가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모처럼 룰루랄라 이유없이 행복하고 기뻤던 토요일이었는데 오후의 대미는 차갑고 우수어리고 쓸쓸한 눈빛을 가졌던 젊은 배우 리버 피닉스가 장식했는데 이게 무슨 생뚱맞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불사조의 뜻을 갖고 있는 피닉스라는 이름과는 달리 역설적으로 스물셋의 나이에 요절. 보진 않았지만 그의 또 다른 영화 스탠 바이 미 역시 제목이 쓸쓸합니다.

뭐 나는 그의 열렬한 팬도 아니고 영화를 재밌게 본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인상깊게 남아 있는 것은 분명 '죽음'의 그림자 때문이겠지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