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14. 1. 9. 23:03

 푸헐!!

언젠가는 반드시 아니 머잖아 시나리오 한 편 써보겠다고 결심하고는 저 책을 읽고 있다. 2008년에 산 것인데 어째 굉장히 낯설고 처음 보는 것 같다. 흠... 소설 쓴다고 소설 작법 책 보는 것과 비슷한가...

하긴 난 운전면허 시험 보겠다고 책 사 갖고 와서는 자동차의 구조나 뭐 이런 걸 열심히 들여다 보다가 덮었다. 자동차를 모르고 어찌 운전을 하겠는가!! 하는 게 내 생각인데 이러다가 영원히 면허는 못 딸 것이다.

뭐 그까이꺼 시나리오의 물리적 기술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소설도 중, 고등학교에서 이미 소설의 요소며 구성요소며 다아 배우지만 소설을 쓸 수 없는 것처럼 사실 이론을 배운다고 다아 그걸 쓸 순 없다.

 

뭐 영화화 되거나 돈 내고 볼만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썼던 시나리오도 두어 편 있다.  

 

어쨌거나 저걸 열심히 읽다보니 에라이!! 망할. 비평가의 눈만 자꾸 발달한다.

문학 평론가가 원고지 한 장 건너는 것이 태평양 건너는 것 만큼 힘들다는데 이러다가 시나리오 같은 건 못 쓰고 제대로 된 평론가도 못되면서 여전히 영화가 어쩌구저쩌구 하는 짓만 할 지도 모른다.  

 

물론 이 책은 단지 시나리오의 기술적인 부분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반 혹은 시나리오의 원론에 대한 것이다.

 

 

전략-

 

전개 과정에 흠이 있고 난삽해지는 이야기는 본질 대신 구경거리를, 진실 대신에 속임수를 대체해 넣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야기가 약하면 멀어져 가는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수억의 돈을 쏟아부어 야단법석을 떨어대는 식으로 전락한다.

-중략 -

솔직하고도 힘 있는 이야기 없이 문화는 진화해 나갈 수 없다. 겉만 번지르르한 채 속은 텅 비고 사이비 이야기들만 반복적으로 경험한 사회는 쇠락하고 만다. 인간 심리와 사회의 음침한 구석들에 신선한 빛을 뿌려줄 진실한 풍자와 비극, 드라마, 그리고 희극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예이츠가 경고했던 대로 <중심은 더 이상 지탱해 내지 못한다>

후략-

 

누가 뭐라든 아아!! 내맘을 울리는 문장이고 내 적성에 맞는 문장들이다. 저런 글들을 읽고 있자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스멀스멀 즐거움이 솟는다.

마지막 예이츠의 말은 얼마나 비장한가!!

 

어쨌거나 드라마를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이야기다. 빼어난 이야기 구조는 다른 많은 기술적인 문제들을 제압하는데 나는... 치명적으로 그 이야기꾼의 능력이 없는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든 탁월한 이야기꾼은 생각이 너무 많거나 잡다한 이론이 많으면 안된다. 수영을 어찌 이론으로 배워서 하겠는가!!!

흠...

좋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좋은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데 내 책장엔 시나리오집 대신에 영화 이론, 영화 비평서 따위만 즐비하다. 내일부터 어디 영화진흥공사 도서관이라도 가서 시나리오나 탐독해볼까?

어쨌거나 시나리오 쓰는데 그닥 도움될 거 같지 않은 묵은 책을 읽으며 머리는 복잡하지만 제법 재밌다.

문장들은 유려하고 깊이 있으며 날카로워서 이론서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다.

 

 슬슬 내 일상이 기지개를 펴고 있어서 스스로에게 툭툭!!! 어깨 두드려준다.